데일리뉴스나우
정치

적십자 회장 인준 권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가다

대한적십자사가 인요한 전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대통령 인준을 요청했으나, 의료민영화 주장과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적십자사 회장 선출 과정의 투명성 부족과 정부 영향력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22일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한 지 5일 만에 대통령실에 공식 인준을 요청했다.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지낸 의사 출신인 인 전 의원은 한국형 앰뷸런스 개발 공로로 2012년 특별귀화자가 되기도 했지만, 과거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확대 주장, 그리고 12·3 불법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옹호 태도로 인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라 회장은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거쳐야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로써 최종 선택권이 이재명 대통령의 책상 위로 넘어간 상태다.

적십자사의 회장 선출 과정은 투명성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적십자사 조직법과 정관에는 회장을 중앙위원회가 '선출한다'고만 규정할 뿐, 외부에 공개하는 후보추천위원회나 공개 검증 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무총장의 경우 '사무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승인을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조직 최고위직인 회장에는 공개 검증 틀이 전혀 없는 것이다. 적십자사 측은 중앙위원회 내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토의한 뒤 중앙위 안건으로 상정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만 밝혔으나, 전형위원회의 구성원, 후보군의 규모, 추천자, 검증 자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중앙위원회 개최 당일까지 회장 선출자를 감추고 기습적으로 낙점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중앙위원회의 구성 자체다. 중앙위원회는 전국대의원총회가 뽑은 민간위원 19명을 포함해 28명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복지부·법무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 장관들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다. 민간 인도주의 기관의 수장처럼 보이지만, 회장 선출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의 입김이 닿아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2014년 김성주 전 총재(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출신), 2023년 김철수 전 회장(윤석열 전 대통령 후원회장 출신)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의 인물들이 수장 자리에 오르내리며 적십자사의 위상이 번번이 훼손되어 왔다.

보건의료계의 반발은 인 전 의원의 의료관과 정치적 행보에 집중되어 있다. 인 전 의원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을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평가하며 민간의료보험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2012년에는 '반드시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그를 '의료민영화 선두주자'로 규정하며, 혈액 공공성과 적십자병원·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질 기관 수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 전 의원은 12·3 불법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탄핵 표결에 불참했으며, 계엄을 '가슴으로 이해한다'는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노동당은 물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까지 '인도주의 기관 수장으로 부적절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다만 인 전 의원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12·3 계엄이 불법이고 잘못이라며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가 담당하는 업무의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회장 선출의 투명성과 적절성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한 해 살림살이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며, 국가 혈액사업 핵심축을 맡고 전국 7개 적십자병원 등을 운영하며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남북 인도협력까지 수행한다. 회장은 이 조직을 3년간 이끄는 수장이다. 회장이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회장에게는 매월 수백만원 단위의 업무추진비와 임원 활동지원비가 지급되며 전용 차량과 운전기사 등 수억원대 규모의 의전이 제공된다. 이제 이 모든 논란과 의문의 해답은 대통령실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