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쏠림 심화…2차전지·백화점·조선주 차기 수혜주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극심한 자금 쏠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는 이러한 쏠림이 완화될 때 수혜를 입을 2차전지·백화점·조선주 등을 차기 투자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의 부작용인 전력 병목 현상과 자산효과, 높은 자본효율성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들 업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5일 코스피지수가 5.42% 상승한 8930.30으로 마감했지만, 이는 거의 전적으로 두 반도체 기업의 상승에 의존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5.29%, SK하이닉스는 13.06% 올랐으며, 나머지 종목들은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 이날도 코스피 내에서 하락 종목(592개)이 상승 종목(293개)을 크게 압도했는데, 이는 시장 전체가 극소수 대형주에 의존하는 불건전한 구조를 보여준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쏠림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그 다음 어떤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 분기 실적을 예상을 크게 웃돌며 발표했고, 경영진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호황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상장 일정을 구체화해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본투자(CAPEX) 확대가 반도체주의 질주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산 수요 증가에 따른 AI 성능 향상이 아직 체감 단계에 있어 반도체의 실적 가시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증권가 분석가들은 반도체 대형주의 쏠림이 완화될 때 온기를 나눠 받을 만한 차기 수혜 종목들을 이미 물색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2차전지 섹터다. AI 데이터센터의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병목현상을 초래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연산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고, 전기 발전 증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는 반도체 호황의 부작용으로 야기된 전력 병목 현상이 오히려 다른 산업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백화점 업종도 차기 수혜 후보로 꼽혔다.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본 주주들과 대규모 성과급을 받은 반도체업체 임직원들의 소비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과 고소득 상권의 플래그십 매장 매출이 동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이른바 '부의 효과'가 고급 소비로 번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자산효과가 백화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반도체 관련 종사자들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고급 소비재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선업종도 주목할 만한 후보로 제시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일시적으로 삼성전자 보통주를 넘어선 사건과 관련해, 시장이 높은 자본효율성을 갖춘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추세가 확산될 경우 조선주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종은 이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는 주가 수익률과 이익 추정치 측면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2~3개 분기에 수주잔고 마진 개선과 선가 상승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이익 추정치가 상향될 경우, 저평가 상태의 조선주에 대한 할인 해소 논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시장의 극심한 쏠림 현상은 분명 건강한 구조는 아니다. 코스피 지수 내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일컫는 'S7'을 제외한 종목들의 시가총액 합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섰을 때 코스닥지수는 1월 말 수준에, S7을 제외한 코스피 종목들의 시가총액 합은 2월 초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은 시장 전체에서 극소수 대형주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 분석가들이 차기 수혜 종목을 미리 물색하는 이유도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