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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의 깜짝 실적,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에 제동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 호조와 빅테크와의 장기 공급 계약 체결로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이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크루그먼은 AI 투자 열풍이 거품일 수 있다는 경고를 제시하며 시장의 과열 우려를 제기했다.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 반도체 '피크아웃' 논쟁에 제동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급반전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글로벌 투자자들을 지배해온 '반도체 주가 고점론'이 한 기업의 실적 발표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실적 호조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41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93억달러 대비 345.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사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며, 시장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358억4000만달러를 15.6%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다. 주당순이익(EPS)도 25.1달러로 컨센서스 20.8달러를 초과했고, 영업이익률은 81.2%로 직전 분기 69%에서 크게 상승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향후 실적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컨센서스인 435억8000만달러보다 14.7% 많은 500억달러로 제시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강세 전망의 배경을 명확히 했다. "강력한 4분기 실적 전망은 인공지능 시대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고객들과 최소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자신감의 원천은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 체결에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16건의 전략고객협약(SCA)을 체결했으며, 대형 고객 4곳과 중형 고객 3곳이 포함돼 있다. 기존 '1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과 달리 SCA는 5년(자동차용은 3년) 동안의 물량과 가격을 사전에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공지능 투자가 예상보다 지체돼 수요가 줄더라도 고객사가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 물량을 반드시 떠안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의미한다. 마이크론이 확보한 최소 매출 1000억달러는 2026~2030년 전체 매출 전망치의 약 25% 수준이며, 향후 계약이 늘면서 SCA 비중은 약 4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마이크론은 "고객이 SCA를 요구하는 것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수십 년간 메모리업계를 지배해온 '공급 과잉→가격 폭락'의 주기적 사이클이 AI 시대를 맞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학습·추론용 그래픽처리장치(GPU)뿐만 아니라 제어와 연산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리고 기존 서비스의 맥락(context)을 저장하는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5.8% 급등했으며,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메모리 세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5.3%, 13.1%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올려 잡기 시작했다.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1500~200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메모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의 과열과 거품에 대한 경계론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AI 사용 및 연산 수요를 둘러싼 분위기와 수사가 최근 크게 바뀌었다"며 "AI가 경제 성장과 삶의 질 측면에서 얼마나 생산적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투자 열풍이 시장의 실제 수요보다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기업들의 공포와 투자자 압박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방식의 AI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준(準)버블이 준(準)붕괴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경고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AI 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