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2.7% 전망, 반도체 호황이 경제를 '혼자' 끌어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GDP 성장률을 2.7%로 전망했으나, 반도체 산업에 의존한 성장으로 인한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한 과제로 지적됐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으로 인해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올해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년 만에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발표한 '2026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2.0%를 웃돌면서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장의 대부분이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은 수출과 설비투자다. 한경연 이승석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수출이 5.6%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시장의 이례적인 호황이 이러한 수출 증가의 핵심 배경이다. 경상수지는 2250억달러(약 330조원)를 기록해 역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는 전체 경제 구조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국내 소비와 건설 부문은 성장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민간소비는 누적된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투자 역시 공사비 부담이 계속되면서 0.5% 증가하는 데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이 일반 국민의 소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내수 시장이 침체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2.0%에서 올해 2.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경연이 주목하는 가장 큰 문제는 'K자형 양극화'다. 반도체와 비반도체, 제조업과 비제조업, 수출과 내수가 엇갈리는 현상을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들은 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승석 위원은 "온기를 비반도체와 내수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한국경제의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의 성장을 '혼자' 끌어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 전체의 회복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동이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경제의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영웅 책임연구위원은 "1분기 반도체 호황은 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D램 가격 급등의 영향도 컸다"며 "한국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호황이 구조적으로 견고한 성장이 아니라 일시적 가격 상승에 기인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은 최근 종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유가와 물가, 환율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반도체 중심의 회복을 내수와 신산업으로 확산시켜 경제의 완충판을 두껍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구조적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발판으로 비반도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산업과 신산업으로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가계 소비를 살리기 위해 물가 안정과 함께 실질 소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 2.7% 성장이 진정한 경제 회복으로 평가받으려면 이러한 구조적 과제들이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