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법원 판결 없는 재선거는 불가능"...정치권 요구에 강경 입장
선관위가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의 재선거 요구에 "법원 판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법적 절차 없는 재선거는 기존 선거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정치권의 재선거 요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표와 당선인 발표가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무작정 재선거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 참정권 침해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선관위의 명확한 입장 표현으로, 향후 재선거 논의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발언으로 주목된다.
위 직무대행은 재선거 실현의 법적 장벽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법원 판결 없이 재선거를 치르는 것은 기존 법적 절차를 모두 무너뜨리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요구나 국민 여론만으로는 재선거를 추진할 수 없다는 뜻으로, 법적 정당성을 갖춘 법원의 판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선관위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현행 선거법 체계 내에서 재선거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이러한 절차를 우회할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기본 입장임을 보여준다.
선관위는 국제적 사례를 근거로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위 직무대행이 언급한 독일 베를린의 선거 오류 사태는 2년가량의 재판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재선거가 실시된 사례로, 선진국에서도 선거 오류에 따른 재선거는 상당한 법적 절차와 시간을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같은 선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재선거보다는 법적 검토와 판단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제공한다. 국제 관례를 통해 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선관위는 정치권의 성급한 재선거 요구에 대한 합리적 설득을 시도했다.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선관위와 정치권 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재선거 가능성을 묻는 질의를 제기했고,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특위 위원장은 위 직무대행의 "혁명"이라는 표현을 "과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위 직무대행은 "오해하셨다면 사죄드린다"며 표현상의 완화를 시도했으나, 법적 근거 없는 재선거 불가능이라는 기본 입장은 확고히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은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 법적 판단과 정치적 책임이 얽힌 복잡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선관위의 이러한 입장은 향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민 피해 구제와 선거 관리 개선 방안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재선거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피해를 입은 유권자들에 대한 다른 형태의 보상이나 구제 방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거 관리 체계의 어떤 부분을 개혁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선관위가 강조한 법적 절차와 정치권의 국민 참정권 보호 요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는 앞으로의 국정조사와 관련 논의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