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유족의 변호사 책임소송, 헌재서도 벽에 막혔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부분 승리한 후 헌법재판소에서 추가 구제를 거부당했다. 이씨는 변호사의 불성실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문을 모두 닫혔다.
학교폭력으로 숨진 자녀를 위해 법정에 섰던 어머니가 또 다른 절망을 맛봤다.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부분 승리했음에도, 헌법재판소에서 추가 구제를 거부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률 분쟁을 넘어 피해자 가족이 사법 체계 속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23일 학교폭력 피해자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제출한 재판소원을 '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대법원의 판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헌재에 재판소원을 제기했으나, 결국 구제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그 판결에서 권경애 변호사와 당시 소속 법무법인에 대해 위자료 6천500만원의 연대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씨 측은 이것이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던 박주원양이 숨지자, 어머니 이씨는 2016년 권경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삼아 가해자들과 학교법인, 서울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재판에 불출석한 학부모 1명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여졌고 나머지는 기각되었다. 이씨가 항소하자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권 변호사가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으로 불출석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항소심은 전부 패소 판결을 내렸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어 버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5개월간 의뢰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패소를 모르던 이씨는 상고할 수 없었고, 결국 불리한 판결이 확정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에 이씨는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되었다며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2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소송에서 위자료 6천500만원의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약정금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부분적으로 깨뜨렸다.
이씨 측은 대법원의 판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약정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이유 6가지를 한 문장으로 일괄 기각했다는 것이다. 이씨 측은 이것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이유 있는 판단을 받을 권리, 즉 재판청구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의 지정재판부는 이 청구를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함으로써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이씨가 법정에서 자신의 피해를 충분히 주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법치국가에서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어려운 위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가 법정에서도 변호사의 불성실로 인해 또 다른 패배를 겪고, 그에 대한 구제를 청구해도 여러 단계의 법원에서 거부당하는 상황이다. 대법원의 부분 승리도 이씨 측이 요구한 2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헌재의 각하 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의 법적 구제 경로는 막혀 버렸다. 이 사건은 법률 전문가의 책임성 강화와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