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서 '집단 항명' 질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에서 선관위 비상임위원 16명의 집단 불출석과 부실한 자료 제출을 '국민에 대한 집단항명'이라 질타했다. 선관위의 책임 회피와 무책임한 태도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면서 국민의 참정권 침해에 대한 엄격한 규명 필요성이 강조됐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선거관리위원회의 성의 없는 태도에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선관위 비상임위원 16명이 오전 회의에 집단 불출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한 책임 회피 의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조특위는 23일 제2차 전체회의를 열고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와 사후 대처 문제를 중점적으로 질의했으며,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선관위 비상임위원들의 무더기 불출석 사태다.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7명 중 조병현, 박순영, 남래진, 김대웅, 윤광일 위원은 여야의 질타가 이어진 뒤에야 오후 회의에 출석했으며, 조성대 위원은 건강상 이유를, 전현정 위원은 개인 사정을 들어 불출석했다. 시·구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비상임위원 16명이 모두 오전 회의에 불출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중앙선관위 직원들은 계장·과장급을 포함해 요구받은 17명이 모두 출석했으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서울시선관위의 오민석 전 위원장과 송파구선관위의 민소영 전 위원장도 오후에 출석했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출석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전부 다 비상근 위원"이라며 "불출석 사유를 정확하게 제시하지도 못했다. 자기네들끼리 짬짜미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도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물론 일정이 촉박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중대한 사안에 반드시 나오셨어야 한다"며 "내 일이 아니고, 내 책임이 아니고, 나는 그냥 회의만 한번 가면 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더 직접적으로 "국민에 대한 집단항명"이라고 표현했으며, "불출석 증인 중 자진 출석 의사가 있었는데 누군가의 의사로 인해 불출석했다면 출석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하고 특위 명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겨냥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분은 대통령의 밥 친구인 위 상임위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했으나, 위 직무대행은 "(사퇴는) 무책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선관위의 부실한 자료 제출과 정정 보고도 문제가 됐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을 당초 오전 11시58분에서 오전 11시34분으로 정정 보고했다.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송파구선관위는 오전 11시34분 잠실4동으로부터 투표용지 잔여 수량 부족 우려를 보고받으면서 최초 인지했다"며 "당초 단톡방 기록을 토대로 11시58분 인지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보고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최초 인지 시점이 11시34분인 것으로 확인해 변경 보고드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표용지를 추가로 교부받은 투표소가 지난 18일 기준 141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으나, 이는 앞서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했던 140곳과 차이가 있다. 김은혜 의원은 "엉망진창"이라며 "진상규명위가 선관위 사태를 축소해 발표했든지, 아니면 선관위가 진상규명위에 사태를 축소해 보고했든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선관위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며 "수주째 자료 제출을 않는다"고 비난했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업무보고에 투표용지 부족 상황만 들어가 있다. 중앙선관위의 특권의식과 선민의식이 딱 느껴진다"며 "개표 결과를 아예 잘못 입력한 것이나 외유성 출장, 수의계약 문제에 대한 개선책 등이 다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선관위의 근본적인 인식 문제를 제기하며 "선관위는 인쇄비율 축소 이유로 분실·도난·탈취 우려, 부정선거 의혹 제기 우려, 예산 낭비, 보관 장소 협소를 들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의 가치가 행정 비용 문제보다 덜 중요한가. 이런 인식이 이번 사태의 근원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위 직무대행은 "오랜 기간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지키고자 조직 내부의 타성에 젖어 효율성만 중시한 것 아닌지, 정작 주권자인 국민의 참정권 보장이란 기본 책무에 미진했던 건 아닌지 겸허히 반성한다"며 "국회 국정조사와 검경 합동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국조특위는 다음달 1일 중앙선관위와 각급 선관위,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으로부터 2차 기관 보고를 받을 예정이며, 7월 8일 현장 조사 뒤 14일 1차 청문회, 22일에는 2차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국정조사는 단순한 사건 규명을 넘어 선거관리 체계 전반의 개혁을 목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