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5년 만에 삼성전자 제치고 시총 1위 등극
SK하이닉스가 23일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추월해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우선주를 포함하면 여전히 1위라고 주장했지만, 증권가는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성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전략과 성장성을 더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23일 오전 9시 9분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86조7925억원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2052조438억원으로 2위에 내려앉았다. 양사 간 시총 격차는 34조7487억원으로 벌어졌다. 2000년 11월 이후 25년 7개월간 시총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순위를 내준 것으로, 한국 증시의 판도가 크게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극히 최근의 일이다. 1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3월 중순에도 양사 간 시총 격차는 400조원을 넘었지만, 이후 SK하이닉스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혀나갔다. 지난 22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서면서 한국 증시의 최강자 지위가 교체되는 역사적 순간이 도래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흐름 변화와 투자자들의 기업 가치 평가 기준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에서 기업의 시가총액은 주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해서 산출되는 것으로, 보통주뿐 아니라 우선주를 포함한 주식 가치의 전체 합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우선주를 포함하면 여전히 시총 1위라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우선주를 누락하고 보통주만으로 기업 전체 시총을 보도하는 것이 부정확한 수치이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우선주가 없어 이 같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순위 변화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현재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투톱 중에서 SK하이닉스의 성장 능력에 더 높은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보다 선명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은 보고서에서 단순한 외형이나 현재의 이익 수준만으로는 이러한 시총 순위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 단계에서 이익규모와 이익 전망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앞서고 있으며, DRAM 매출이나 반도체 전체 매출 규모에서도 삼성전자가 앞서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높은 평가는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기술 성과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나갔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한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DRAM 매출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선 경험도 있다. 이는 AI 시대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실적보다는 AI 전환이라는 대변화 속에서 SK하이닉스의 미래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시총 1위 교체는 단순한 순위 변화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도 변화를 신호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