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뉴스나우
국제

지방선거 참패에 밀린 스타머 영국 총리, 2년 만에 사임 선언

경제 부진과 지방선거 참패로 당내 압박이 거세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취임 2년 만에 사임을 선언했다.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는 앤디 버넘이 유력하며, 그의 '친기업 사회주의' 정책이 영국 경제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사임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2024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정권을 장악한 지 약 2년 만의 결정으로, 집권 초기부터 누적된 경제 부진, 정책 실패, 지지율 급락 등이 당내 퇴진 압박으로 작용한 결과다. 스타머 총리는 "오늘 아침 찰스 3세 국왕과 이야기했다"며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노동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는 현 총리직이 유지되며, 노동당은 다음달 9일부터 당대표 후보 등록을 시작해 9월 전까지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스타머 정부의 몰락은 집권 초기부터 시작된 정책 운영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경제 둔화와 잇단 정책 유턴으로 국민의 신뢰가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여론조사 지지율도 급락했다. 특히 우익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면서 노동당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중도좌파 노동당이 중도 자유민주당과 좌파 녹색당에 지지자를 빼앗기면서 당 내부의 반발도 거세져갔다. 여기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인사 오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스타머 정부의 위상은 더욱 추락했다. 결국 지난달 초 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총리의 사임을 결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스타머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는 앤디 버넘 노동당 하원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버넘은 친근한 화법과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노동당 지지층 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영국 북부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9년간 재임하며 탄탄한 정치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재임 시절 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대표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기존에 민간 기업이 전적으로 운영해온 시내버스망의 운영을 지방자치단체가 통제하면서 이용객과 요금 수입을 모두 증가시킨 것이다. 이 제도는 지자체가 노선과 요금, 배차 방식을 결정하면 민간 버스 회사들이 입찰을 통해 운행을 맡는 방식으로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을 결합한 모델로 평가받았다.

버넘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맨체스터리즘'이라는 정책 철학을 제시했으며, 이를 필수 공공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주택, 수도, 에너지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 통제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넘은 자신의 경제 노선을 '친기업 사회주의'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전통적 국유화와 달리 공공이 필수 서비스의 규칙과 기준을 정하면서도 민간 기업의 운영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레이터맨체스터의 경험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지역 생산성이 31% 향상됐으며,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공공 자금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버넘의 정책 구상에 대해서는 현실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자체의 특정 영역에서 성공한 실험이 영국 전체에서 동일하게 작동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 개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버넘은 자신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재정 조달 방안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을 만족시키는 정책만 좇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넘을 "노동당의 카멜레온"이라고 표현하며 상황에 따라 정치색을 바꾸는 인물로 묘사했다. 버넘이 차기 총리로 선출되더라도 영국 경제 위기 극복과 국정 안정화라는 무거운 과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