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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9000 돌파 뒤 심화되는 주식 쏠림…'양극화 폭탄' 우려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시총의 54.6%를 차지하는 극단적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빚투 규모 37조원을 넘어서면서 시장 위험성이 급증했으며, 주식 수익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코스피 9000 돌파 뒤 심화되는 주식 쏠림…'양극화 폭탄' 우려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코스피가 지난 6월 18일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과거 일부 투자자의 영역이던 주식시장이 이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대한민국이 '주식 광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성공이 동아시아 전역에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현실 감각을 잃을 정도의 수익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의 향연 뒤에는 시장 구조의 심각한 불균형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숨어 있다.

코스피 상승의 중심에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두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AI 반도체 열풍 속에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불과 반년 사이에 3∼4배 폭등하며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28개 대기업의 영업 이익 156조원 중에서 삼전닉스가 무려 60.8%인 95조원을 독식했다. 더 문제적인 것은 시장 지배력이다. 시총 1∼2위를 오가는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 시총의 54.60%(6월 19일 기준)를 차지하면서 증시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쏠림 현상은 시장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코스피 상승의 원동력은 유동성이지만, 그 출처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상승 랠리 속에서 한 달 넘게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낸 것은 개미와 기관투자자들인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빚투'(빚내서 투자)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식 담보 대출과 미수금을 통한 빚투 규모가 37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포모(FOMO·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까 하는 공포) 심리에 편승한 투자자들이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피' 장세에서 급증한 주식 담보 대출을 일으키고 있고, 조정이 시작되면 이들이 촉발하는 투매는 시장 전체에 연쇄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스페이스X가 새로운 '밈주식'이 됐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단위 회사가 입소문에 움직이는 밈주식이라는 평가는 투자의 합리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식 시장의 극단적인 양극화다. 코스피가 장중 9300선을 돌파한 6월 19일, 상승 종목은 고작 53개에 불과했다. 무려 857개 종목은 하락했다. 6월 1일부터 19일까지 946개 종목 중 단 19.1%인 181개만 올랐고, 78.3%인 741개 종목은 하락했다. 이는 상투에 물리거나 빚투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깊다는 말처럼, 극소수 우량주에 집중된 자금이 대다수 중소형주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AI 사이클이 조정·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거나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흔들리는 순간, 파장은 가늠조차 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투자·고용·내수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주식시장의 수익금이 생산적 투자 대신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처분 자금 3조7000억원이 주택 시장으로 유입됐으며, 이 중 65%인 2조4000억원이 서울에 집중됐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 지역에 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도 극단적인 양극화를 겪고 있다. 삼전닉스에서 촉발된 수억 원대의 반도체 성과급과 사내대출까지 수도권 집값을 흔들고 있다. 화성 동탄 등 경기 남부권은 '광풍'이 불고 있으며, 동탄은 2∼3주 사이에 수억 원씩 급등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2배의 위약금을 물고 호가를 높이는 '배액 배상'이 난무하고,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매수인의 '익일 중도금 납부'까지 등장했다. 성남 분당구와 수정구, 과천, 하남, 용인 수지구, 안양 동안구 등도 전고점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경제의 체질 문제에 있다. 실수요자는 밀려나고 현금 부자만 살아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며, 자산의 양극화는 가격 통제가 더 이상 정책 도구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주장한 '부동산에 묶인 비생산적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 생산적 금융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의 화려한 잔치가 독배(毒杯)가 되지 않으려면, 단순히 지표 상승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넘어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투자의 합리성을 회복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금 흐름을 재조정하며, 실물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