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북·미 대화 우선 추진 구상 제시…교황 방북 카드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G7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직접 대화보다 북·미 대화를 우선시하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END 구상)을 제시했다. 교황의 방북 카드까지 활용해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유도하려는 실용적 외교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직접 대화보다 북·미 대화를 우선시하는 실용적 외교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과 주요 7개국(G7) 순방 결과를 브리핑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 소통이 장기간 단절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정책은 정부의 'END 구상(핵동결·감축·폐기)'으로 불린다. 이 구상은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시작으로 단계적 감축과 폐기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현재 핵보유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과거 대북 정책과 차별화된다. 이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비핵화는 포기하지 말되, 당장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단기·중기·장기로 가자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되고 신뢰가 쌓이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덧붙였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접근법이 국제사회의 기존 해법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만큼,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한 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미국이 일정 부분 공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태현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이는 정부의 실용적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보이며, 한반도 상황을 국제정세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보겠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와 북한에 동시에 제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그동안 남북 군사회담 제안 등 유화적 제스처를 이어왔음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는 등 남북 소통이 차단된 현실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에 더해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부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북·미 접촉 재개에 교황의 중재 역할까지 활용해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유도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는 종교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한 교황의 국제적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다층적 외교 전략이다. 정부는 내년 중 교황의 방북이 실현될 경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이러한 제안에 실제로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조용근 경남대 교수는 "최근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당한 실익을 얻어낸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도 남북 대화보다 북·미 대화를 통해 얻어낼 것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국익 수호를 명시했으므로, 향후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서도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가 북한의 실리 추구 성향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