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20조 순매도에도 코스피 1만 돌파 가능…개미·기관이 주도권
올해 외국인이 120조 원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4200에서 9000선으로 114%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의 예탁금이 사상 최고 139조 원을 기록하고 기관도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외국인 없이도 코스피 1만 포인트 도달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120조 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주체가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120조 8525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4214포인트에서 9052포인트까지 114.81% 상승했다. 이는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력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외국인이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경신하다가 최근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순매수액은 4조 7744억 원 수준에 불과해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순매도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외국인 자금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외국인 복귀 없이도 코스피 1만 포인트 도달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반도체 지분율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충분히 차 있으며, 외국인이 팔고 있는데도 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외국인이 더 이상 주가를 결정하는 절대 변수가 아니게 됐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국내 유동성이 소화해 내느냐, 그들이 팔더라도 다른 매수 주체들이 얼마나 들어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가 외국인 의존에서 벗어나 더욱 다층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국인 자금의 중요성이 낮아진 만큼, 국내 자금의 충분성과 안정성이 시장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팽창하면서 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자리 잡았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증시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4일 139조 6947억 원까지 불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128조 원 수준으로 조정되었으나, 지난해 6월 18일 63조 원대와 비교하면 1년 새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74조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른바 '빚투'로 불리는 신용공여 잔고도 개인 투자자의 수급 기반을 강화했다.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18일 기준 37조 9797억 원으로 집계되어 지난달 29일 역대 최고치인 38조 226억 원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강력한 매수력은 외국인 자금의 부재를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또 다른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상향 조정했으며, 이는 지난해 14.4%에서 올해 1월 14.9%로 높인 데 이어 5개월 만에 이루어진 대폭적인 상향 조정이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동시에 상향되면서 시장이 우려했던 '국민연금 매물 폭탄' 우려도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32조 원을 순매수하며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시장의 상승을 견인했다. 국민연금의 비중 확대 결정은 국내 주식 시장의 장기적 가치를 평가하는 신호로 해석되며, 이는 기관 자금의 안정적인 수급 기반을 제공한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중심으로 수급 기반이 확충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외국인이 중립 이상의 포지션만 유지하더라도 코스피 1만 도달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추후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이익 개선이 더 넓은 업종으로 확산하며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의 흐름을 보면 외국인의 복귀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충분한 자금력으로 코스피 1만 포인트 도달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개선이 더 넓은 범위의 산업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