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사태 수사 본격화…선관위 의사결정 과정 집중 추적
검찰과 경찰 합동수사본부가 제9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선거 당일 부실 대응, 인쇄매수 축소 결정, 선관위 방만 운영, 보관상자 폐기 등 네 가지 의혹을 중심으로 투표소 공무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이며, 선관위 직원 소환 조사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이 구성한 합동수사본부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합수본은 투표소 파견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선거 당일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주말에도 압수물품 분석에 집중하는 등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대응,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 결정, 선관위 방만 운영 의혹, 투표용지 보관상자 폐기 등 네 가지 핵심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합수본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선관위의 부실 대응 정황 파악이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잠실과 반포, 노량진 투표소, 강남구 청담동 투표소 등에서 근무했던 지자체 공무원들을 연이어 조사하면서 투표 당일의 시간대별 상황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선관위의 대응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들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지난 11일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투표록을 통해 주요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시점과 추가 투표용지 요청 경로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 결정 과정도 수사의 주요 대상이다. 선관위는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선거 절차 사무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선거인 수의 6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12월 10일 사무총장 전결로 시행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 지침'에 포함되었다. 합수본은 선관위 서버 분석 등을 통해 인쇄매수 축소를 결정한 시점부터 선거 당일까지의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사무총장의 전결 범위와 통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 적절했는지, 지침 작성과 시행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의 역할이 있었는지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용지 보관상자 폐기 의혹도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송파구선관위는 법원의 증거 보전 명령이 나오기 전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폐기해 논란이 됐다.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보관하던 상자에 대해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며 폐기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증거 인멸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선관위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지, 폐기 과정에서 의도적인 증거 은폐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특정을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선관위의 방만한 예산 운영도 수사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은 재임 중 세 차례 해외 출장에 모두 배우자를 동반했으나, 외부에 공개한 사후 보고서에는 배우자 동행 사실이나 예산 집행 내역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몰디브 등 휴양지로 출장 간 선관위 직원들을 업무상 횡령죄로 고발했으며, 노 전 위원장 등을 추가 고발한 상태다. 선관위 해외 출장에 동행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도 고발 대상에 포함되었다. 합수본은 조만간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압수물 분석과 파견 공무원 조사가 일부 마무리되면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합수본은 현재 투표용지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기존에 수사하던 선거 사건도 있어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합수본은 수사 범위와 대상 등을 고려해 검사 1~2명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