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성의 '환상 크로스'가 살린 조규성의 헤더, 월드컵 무대에서 느끼는 현실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엄지성은 멕시코전에서 올린 크로스로 조규성의 헤더 기회를 만들었으나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현실감을 느끼지 못해 오히려 긴장이 덜하다는 엄지성은 남아공전에서의 승리를 통해 32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한국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경기 후반 42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엄지성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조규성이 완벽한 타이밍으로 헤더를 시도했으나 멕시코 골키퍼 라울 앙헬의 선방에 막혔다. 이는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골에 가장 근접했던 장면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6분부터 공격력 강화를 위해 양현준과 엄지성을 투입했고, 후반 32분에는 타겟맨 스트라이커 조규성까지 내보내며 적극적인 공격 전술을 펼쳤다. 이러한 교체 카드들이 만든 첫 유효슈팅이 바로 엄지성의 크로스와 조규성의 헤더 장면이었던 것이다.
경기 다음날인 20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훈련장에서 엄지성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장면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영상을 보니 크로스가 꽤 강하게 올라갔는데, 제가 찼을 때는 마치 슬로모션처럼 공이 천천히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짧은 순간에도 가나전 득점 장면이 떠올랐다. 골이 들어갔다면 승점을 챙기고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엄지성이 언급한 가나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경기로, 당시 조규성은 이강인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한국의 추격을 주도했으며 한 경기에 멀티골을 터뜨린 유일한 한국 선수로 남아있다.
엄지성은 자신의 크로스에 대해 "(조)규성이형을 보고 올린 건 아니었다. 제가 측면을 파면 크로스를 올리는 게 약속된 플레이였기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올린 크로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체 투입 당시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측면에서 1대1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으며, 이를 위해 충분히 연습했다고 언급했다. 엄지성은 "타이밍 좋게 찼는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그냥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서 다시 그런 장면을 많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 2부 스완지시티에서 주축 윙포워드로 활동 중인 엄지성은 지난 시즌 44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했으며, 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엄지성에게 생애 첫 월드컵 무대다. 지난 12일 체코전에서도 후반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던 그는 멕시코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으로 경기를 뛰었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의 국면을 바꾸고자 할 때 선택하는 조커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엄지성은 "저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월드컵을 응원하던 입장이라 아직 제가 이런 무대에 뛰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런가 오히려 긴장이 덜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는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멕시코전 패배로 한국은 조 1위를 내줬지만, 여전히 32강 진출을 향한 경우의 수는 남아있다. 25일 몬테레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거나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차지하며 LA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특히 1무1패의 체코가 조 1위를 확정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한국이 남아공을 이기면 승점에서 앞서 조 2위를 확보할 수 있다. 엄지성은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며 "멕시코전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선수들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원동력 삼아 다음 경기까지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겠다.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