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반이민 폭력에 아프리카 전역 '월드컵 응원 거부' 선언
남아공의 반이민 폭력 사태에 분노한 아프리카 전역 팬들이 월드컵에서 남아공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조롱 콘텐츠가 확산되었고, 아프리카축구연맹까지 비판에 동참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부터 전례 없는 외면을 받고 있다. 반이민 정서에 따른 폭력 사태가 같은 대륙의 이웃 국가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는 스포츠 응원으로까지 확산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의 축구 팬들이 남아공 대표팀의 패배를 기원하며 상대팀을 응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25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아공의 반이민 정서는 최근 심각한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높은 실업률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 추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었고, 온라인에서는 혐오 발언이 횡행했다. 주요 도시에서는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집단 폭행하거나 강제로 신분증 제시를 강요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남부 도시 모셀베이에서는 이 같은 폭력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민 단속을 강화해 2745명을 추방했으나, 이 조치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발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지난 12일 남아공이 멕시코에 패배한 후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멕시코 국기로 칠한 조롱 지도가 인터넷을 뒤덮었다. 가나의 유명 유튜버 워드 마야는 '대륙 전체가 아프로-멕시칸'이라는 농담을 올렸고, 아프리카축구연맹 대변인 이브라힘 사니 다라도 엑스(X)에 '아프리카를 학대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축복을 바라느냐'는 비판의 글을 게시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한 술집에서는 관객들이 전통적으로 같은 아프리카 팀을 응원하던 관례를 깨고 상대팀 체코를 응원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남아공이 슈팅을 실축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아프리카 시민들의 분노는 남아공의 반이민 정책이 같은 유색인종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했다. 나이로비에서 만난 탄자니아 시민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도 탄자니아는 남아공의 흑인들을 지지했는데,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아프리카인을 공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케냐 시민들은 '축구는 모두 정치'라며 '남아공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케냐 시민은 '소수의 행동 때문에 나라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며 아프리카 전체 팀을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남아공 축구계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 남아공 축구협회는 자국 선수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과 폭언을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남아공 대표팀 주장 론웰 윌리엄스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상처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축구 선수로서 본연의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정치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남아공은 18일 체코와의 경기에서 1-1로 비겼으며, 25일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국제 축구 무대에서 정치적 갈등이 스포츠 응원으로 표현되는 이 현상은 글로벌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를 넘어 국제 관계와 인권 문제를 반영하는 장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