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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투표록이 폭로한 84분의 공백

6월 3일 서울 송파구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말이 투표록을 통해 드러났다. 투표소가 1시간 30분 전부터 용지 부족을 알렸지만 선관위가 제때 연락하지 않았고, 84분간 투표가 중단됐으며, 도착한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없어 현장에서 수기로 기재하는 혼란이 발생했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 일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말이 투표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투표록에는 투표소가 용지 부족을 미리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제때 연락하지 않았고, 결국 투표가 84분간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경위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투표록은 단순한 행정 기록을 넘어 당시 현장의 혼란과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증명하는 핵심 증거가 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의 투표록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징후는 오후 2시 53분부터 시작됐다. 투표소는 남은 투표용지가 238장이라고 보고하며 추가 공급을 요청했고, 17분 뒤인 오후 3시 10분에는 199장만 남았다고 다시 알렸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오후 3시 35분과 3시 40분에 투표관리관이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오후 3시 52분 투표록에는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된 후의 지침을 달라 요청했으나 답변받지 못했고, 전화를 다시 준다고 했으나 연락이 없음"이라는 절박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투표소가 최소 1시간 30분 전부터 위기 상황을 알렸음에도 선관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오후 4시 35분 투표용지가 전량 소진되면서 투표가 중단됐고, 추가 용지가 도착한 것은 84분이 지난 오후 5시 59분이었다. 그런데 도착한 투표용지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투표록에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 50매 배달함"이라고 명시된 것처럼, 투표지에 고유 번호가 없었던 것이다. 투표소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급히 일련번호를 수기로 기재해야 했는데, 오후 6시 17분 투표록에는 "수기 기재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고 기록됐다. 또한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누락된 용지도 교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록의 필적이 정자에서 급격히 흐트러진 부분도 당시 현장의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같은 지역의 다른 투표소 상황도 비슷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록에 따르면 오후 3시 30분 남은 투표용지가 220장임을 확인한 뒤 15분 뒤인 3시 45분 추가 요청을 했지만, 1시간 뒤인 오후 4시 46분 투표가 중단됐다. 현장에서는 대기 중인 유권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투표가 재개되면 다시 오도록 안내하는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오후 5시 39분부터 추가 투표용지를 받은 뒤에는 선거별 용지에 일련번호를 수기로 기재해 투표를 재개했으며,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표 재개 안내방송을 여러 차례 송출했다. 투표록에 기록된 오후 8시 35분 현황을 보면 번호표를 받고도 돌아오지 않은 유권자가 17명이었으며, 이 숫자를 고쳐 쓴 흔적도 남아 있어 현장의 혼란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투표록을 공개한 주진우 의원은 "투표록에 무번호 투표용지, 도장 누락, 수기 오류 등 현장 혼란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된 만큼 선관위의 부실 관리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투표록은 송파구 52곳 투표소의 기록으로, 광진·강남·동작·서초구 등 다른 자치구의 투표록도 함께 포함돼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 국민의 기본적인 투표권을 침해한 사건으로, 투표록이 공개됨으로써 선관위의 책임 있는 대응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투표록에 남겨진 기록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투표 절차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