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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동일인 지정 놓고 법정 공방…재판부 '경영참여 근거 명확히 제출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을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공정위가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근거를 명확히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다음 달 15일 이전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창업주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처분을 두고 법정 싸움이 본격화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6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동일인 변경 지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으며, 재판부는 공정위가 기존 판단을 뒤집은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공정위의 판단 변경 시점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쿠팡 측은 공정위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오다가 올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김 의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은 외국계 기업집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재벌기업과 지배구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도 이러한 특수성을 인정해 5년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는데 갑자기 판단을 뒤집은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동일인이 자연인으로 변경될 경우 김 의장의 친족 관계, 해외 계열사, 해외 임원 정보 등을 광범위하게 제출하고 공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또한 본안 판결 전에 민감한 정보가 공개되거나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정지를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미국 상장사인 쿠팡이 추가 공시 부담을 지게 될 경우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쿠팡은 동일인 변경이 유지되더라도 기업집단 규제 대상 계열사는 동일하기 때문에 집행정지가 인용돼도 공정거래법 집행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올해 현장점검 과정에서 김범석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사실을 확인했다며 동일인 변경 처분이 적법하다고 맞섰다. 공정위는 동일인은 원칙적으로 자연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기본 체계이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김유석 씨가 임원급 지위에서 주요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의사결정 과정 참여와 업무 영향력 등을 종합해 경영 참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쿠팡 측이 주장하는 자료 제출 부담에 대해서도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법령 적용을 배제할 수 없으며, 다른 외국계 기업집단들도 관련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듣고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여부와 공정위의 판단 변경 근거에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재판부는 현장점검 이후 어떤 새로운 사정이 확인돼 처분이 달라졌는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며, 2024년과 2025년에는 경영 참여가 아니라고 봤다가 올해 다르게 판단한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구했다. 또한 새로운 지정 처분이라면 처분 시점에도 경영 참여 사유가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유석 씨의 역할과 시기별 경영 관여 정도에 대한 추가 설명도 주문했다. 재판부는 외국계 기업집단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있는지, 그리고 김범석 의장 지정으로 실제 추가되는 공시와 자료 제출 범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양측에 보충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10일 이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한 뒤 현재 직권으로 정지된 처분 효력 기한인 다음 달 15일 이전에 집행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김유석 씨가 사실상 쿠팡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해 그동안 쿠팡 법인이었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이에 쿠팡은 지난달 동일인 변경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이번 법정 공방이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동일인 지정 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