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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열풍이 경기장을 점령했다…멕시코 팬들의 압도적 한국 응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한국은 체코를 2-1로 이겼는데, 멕시코 현지 팬들이 압도적으로 한국을 응원했다. 방탄소년단과 케이팝에 대한 열정과 2018년 월드컵 때의 은혜 때문이었다. 하지만 19일 2차전 상대가 멕시코인 만큼 홈 팬들의 응원이 강력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열린 1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경기장은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가득했다.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멕시코 현지 관중들은 태극전사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반면 체코 선수들이 소개되자 당황스러울 정도로 큰 야유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경기장에 있던 한국 기자들도 이 광경에 어리둥절해하며 서로 바라봤다. 경기 시작 후에도 상황은 같았다. 한국이 공을 잡으면 환호했고, 체코가 공격할 때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골대 뒤편 체코 응원단의 목소리는 멕시코인들의 '코레아' 외침에 완전히 묻혔다. 최종적으로 한국이 2-1로 승리했고, 경기장을 나가며 만난 멕시코 중년 여성은 손 키스를 날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이렇게 멕시코 팬들이 한국을 열렬히 응원한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케이(K)컬처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26세 청년 안드리아는 자신을 방탄소년단(BTS) 팬이라고 소개하며 "내 또래 친구들은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세련되고 화려하고 멋지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본다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멕시코와 함께 잘했으면 한다. 우리는 아미고(친구)"라고 외쳤다. 현지 취재 중 기자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거나 먼저 인사를 해 오는 멕시코인들이 많았고, 심지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 팬도 있었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응원 열기는 사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개막 불과 한 달 전 방탄소년단은 멕시코시티 공연에서 사흘간 15만 관객을 모으며 3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것이다.

케이팝과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월드컵 전체 행사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싱어송라이터 이재는 멕시코 개막식 무대에 올라 월드컵 주제곡 '디엔에이'(DNA)를 부르며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를 선보였다. 블랙핑크의 리사는 미국 개막식 무대에서 '골스'를 불렀으며, 다음달 20일 결승전 하프타임 공연에는 방탄소년단이 출격할 예정이다. 개막부터 결승까지 케이팝 가수들이 월드컵 축제를 장식하면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축구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 당시 독일을 2-0으로 이겼고, 덕분에 멕시코는 어부지리로 16강에 진출했던 것이다. 8년이 지난 현재에도 멕시코인들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광장에서 만난 38세의 에드가는 "여자들은 케이팝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지만 난 축구 때문에 한국을 응원한다. 우리를 구해준 팀이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한국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처럼 케이팝이라는 소프트파워와 2018년 월드컵의 실질적 도움이 결합되면서 멕시코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 달콤한 환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19일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멕시코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체코와의 경기 직후 "멕시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홈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경기하는 것을 봤다.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선수들도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골키퍼 김승규는 "멕시코 국가를 부를 때부터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고 했고, 이강인은 "상대 홈 팬들이 일방적인 분위기를 만들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이제 어제의 친구에서 내일의 적이 될 멕시코의 함성을 뚫고 승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케이컬처가 만들어낸 호감도가 축구장에서는 강력한 홈 어드밴티지로 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