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50% 인쇄 결정 과정 집중 수사…'고의성' 입증이 관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투표용지 50% 인쇄 결정 배경을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고의성 입증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동수사본부는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경찰은 규탄 집회에서의 불법 행위도 동시에 수사 중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절반만 인쇄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합동수사본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착오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결정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수사의 최대 쟁점은 '고의성 입증 여부'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237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선거에 실제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의도적으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는 행정 과실과 형사 범죄를 구분하는 법적 기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무유기 혐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단순한 행정 착오나 업무상 과실만으로는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고의적 행동이 있었는지 여부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를 위해 투표용지 인쇄 수량 결정 과정에서의 회의 기록, 결재 문서, 담당자들 간의 소통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사후 대응 방식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수사 범위에 포함될 것이다. 이는 문제 발생 이후의 은폐나 축소 시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합동수사본부는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윗선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검찰 12명, 경찰 15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주 중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존에 서울경찰청이 진행해온 수사를 순차적으로 이관받을 계획이다. 이는 수사의 규모와 집중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선거 관련 중대 사안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오전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챙기러 경기장으로 향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가 이들을 막아서면서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을 검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를 강요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연루된 3명의 신원을 파악하고 그 중 1명을 특정해 조사 받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부 시위 참가자로부터 취재진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피의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집회 해산 등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상황이다. 이번 집회는 뚜렷한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적인 집회·시위로 규정하기 어렵고, 퇴근한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하는 등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 조직적 시위와 자발적 시민 집회 사이의 법적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경찰이 신중한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