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국내 투자자 '뒤통수' 논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들이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당초 231만여 주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0주 배정을 받게 되었으며, 해외 IPO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들이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채 청약금을 환불받게 되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미래에셋증권이 최종적으로 공모주를 전혀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스페이스X 공모주 231만여 주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법인 전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은 청약에 참여했고 청약 증거금을 납입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참담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것이다. 회사는 13일 새벽 투자자들로부터 납입받은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 처리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에서는 "솔직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 "몇 달 기다렸는데 결과가 고작 이것뿐", "광고는 거창하게 하더니 남은 게 없다"는 투자자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책임을 지적하는 한편, 다른 투자자들은 "미래에셋 잘못이 아니라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공동주관사 JP모건이 갑질한 것"이라며 해외 주관사들을 비판했다. 실제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배정 결과는 해외 기업공개 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 주식 배정 여부는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의 최종 결정에 따라 물량이 확정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인수 물량과 실제 판매 가능한 물량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가 인수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주관사의 정량적·정성적 판단에 따라 최종 물량 배분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상장 과정에서 현지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골드만삭스가 국내를 비롯한 해외 인수단에 배정하려던 물량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수량은 증권신고서에 명시되었지만, 이는 인수단 참여 비율을 뜻할 뿐 최종 고객에 대한 물량 배정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내와는 상이한 해외 기업공개 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평가다.
이번 사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아넣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확보한 스페이스X 공모주를 자사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할 예정이라고 광고했으나 물거품이 되었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이달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전월 대비 14% 증가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는 최근 한 달간 개인 순매수액이 600억원을 넘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IPO 물량은 배정받지 못했지만 스페이스X 상장 첫날 장중 매매를 통해 일부 편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투자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공모주 청약 결과를 기다려주신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투자자 보호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미국 IPO 시장의 특수성과 가변성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며 "물량 미배정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공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이유와 과정 등에 대해 살펴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