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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만명이 함께한 서울퀴어퍼레이드, '다름의 연결' 메시지 전파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5만여 명이 참여했다. 불교계, 진보적 개신교, 인권단체, 일반 시민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다름을 연결로'라는 메시지 아래 한 자리에 모여 포용과 환대를 실천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종각역 앞 도심 네거리는 무지개색으로 물들었다.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현장에서 성소수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케이팝에 맞춰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라는 올해 구호를 몸소 실천했다. 3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도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이 축제를 즐겼으며,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종교계,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결혼식 하객을 태운 관광버스 탑승객이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순간은 '다름이 연결로 이어지는' 사회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향한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축제 부스에서는 종교계 인사들이 성소수자들을 직접 맞이하며 환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스에서는 스님들이 참여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오색실팔찌를 매어주면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이 팔찌처럼 자유롭게 살라'는 축복의 말씀을 건넸다. 논바이너리 성소수자인 한 참여자는 "스님이 매주시면서 한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개신교 진영에서도 변화의 신호가 감지됐다. 개신교 퀴어 연대단체인 큐앤에이와 영광제일교회가 마련한 부스에서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를 가장 많이 공격하고 차별하는 집단이 개신교 집단"이라고 자성하면서도 "환대하는 교회도 있다는 사실이 성소수자나 퀴어 신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며 "한국 교회가 이제는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포용과 환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혐오의 목소리도 존재했지만, 참여자들은 이를 담담하게 지나쳤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동성애 지옥 예수 천국' 등의 펼침막을 내걸고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계속했지만, 퍼레이드 참여자들은 흥겨운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이는 성소수자 공동체의 심리적 성장과 사회적 자신감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식 부스를 설치하지 않았으나, 인권위 직원 30여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앨라이 모임' 부스를 열어 축제에 참여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당초 퀴어문화축제와 반동성애 집회 양쪽 모두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가, 축제 주최 측의 반발로 결국 양쪽 모두 참석하지 않기로 방향을 바꿨다. 인권위 차별시정과 성소수자 전문관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연대하고 함께하는 일은 원래 인권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축제 현장에서 성소수자들이 경험한 환대와 수용의 순간들은 개인적 치유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부모 활동가들이 연인과 함께 참여한 한 성소수자를 꼭 안아주자, 그의 연인은 눈물을 흘렸다. 그 연인은 "우리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제 정체성을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며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안아주고 이해해줬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무지개색 원피스를 입고 온 15세 미세 양은 "우리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지나가는 분들이 제 옷을 입고 환호해줘서 기뻤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평소에는 눈치가 보여 손도 제대로 못 잡는데 오늘은 마음껏 손을 잡을 수 있어 편하다"고 축제가 가져다준 심리적 안정감을 전했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도 '다름의 연결'이라는 올해 주제를 실현하는 모습이었다.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목 곳곳에서 카페와 버스에 있던 시민들은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갓 100일이 지난 아이를 안고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전주원 씨는 무지개떡을 참여자들에게 나눠주며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참석인데, 누구나 올 수 있는 장벽 없는 행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을 찾아가는 데 있어 걸림돌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축제가 단순히 성소수자 공동체의 행사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종교계, 시민단체, 국가기관, 일반 시민이 한 자리에서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이번 축제는 '다름을 연결로'라는 구호 속에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