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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름 제거 명령에 법원 '불응' 허락 안 해…케네디센터 패소

워싱턴DC 케네디센터가 건물 명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라는 법원 명령에 저항했으나,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이 모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의회 승인 없는 일방적 명칭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가 건물 명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라는 법원 판결에 저항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이 모두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법원의 판결 이행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화 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시도가 사법부의 견제를 받은 사례로 해석된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12일(현지시간) 케네디센터 이사회가 신청한 집행정지를 기각했다. 쿠퍼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건물에서 제거될 경우 센터 측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케네디센터는 즉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 역시 같은 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양쪽 법원의 동일한 판단은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을 보여준다.

앞서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의회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 명칭을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6월 12일까지 건물과 관련 시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으며, 센터의 개보수 공사 계획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 문제를 넘어 행정부의 권력 행사 방식 자체에 대한 사법 판단이었다. 법원은 의회의 사전 동의 없는 일방적 명칭 변경이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2기 출범 이후 케네디센터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직접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7월부터 약 2년간 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전면 개보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문화 기관에 대한 행정부의 개입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를 보여준다. 케네디센터와 연방 법무부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름을 제거했다가 추후 법원 결정이 뒤집힐 경우 혼란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집행 유예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시한인 12일 건물 주변에는 명칭 철거 작업에 대비한 비계가 설치되었으나 실제 철거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미국의 삼권분립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행정부가 문화 기관의 명칭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사법부의 견제를 받았고, 이사회의 저항도 법원에 의해 배척된 것이다. 케네디센터 사건은 정치적 영향력이 제도적 절차와 법치주의를 초월할 수 없다는 원칙이 여전히 작동함을 시사한다. 향후 케네디센터가 법원 판결을 어떻게 이행할지, 그리고 이것이 미국 문화 기관의 독립성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