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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투표용지 봉쇄 시위 8일째, '부정선거 재선거' 무한반복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봉쇄 시위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초기 투표용지 부족 문제 개선 요구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으로 변화했으며, 성조기 등장과 정치적 구호가 늘어나면서 시위의 성격이 변모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지난 5일 지방선거 개표가 마무리된 이후 투표용지 반출을 막기 위한 시위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12일 현장을 찾은 시위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같은 구호가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약 7초 안팎으로, 1분에 8번, 1시간이면 500번 가까이 반복되는 수준이었다. 30분이나 1시간 간격으로 제창되는 애국가만이 분위기를 전환할 뿐, 어떠한 공연도 연설도 시위 안내도 없이 오직 구호 반복만 이어졌다.

시위의 양상은 초기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 주말 6~7일에는 잠실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참정권 침해' 문제로 접근하는 청년층이 주를 이뤘으며, 특정 정치세력의 개입을 거부하고 오직 '재선거'만을 요구했다. 그러나 8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부정선거'라는 단어가 구호의 맨 앞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여야 합의에 따라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 전면 시행된 사전투표 폐지와 '당일투표' 전환을 주장하는 내용도 구호에 스며들었다. 이와 함께 성조기의 개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12일 현장에서는 대형 성조기 여러 개가 시위 대열 앞뒤에서 휘날렸고, 한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든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시위 현장에서는 정치적 주장의 스펙트럼이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빨간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모자를 쓴 40대 여성은 '한미연합 수사 요청'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다니며 "백날 부정선거만 외쳐봤자 뭐 하냐"며 "트럼프의 입에서 부정선거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 대열 끝에서는 70대 남성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난하며 "이재명을 빨리 끌어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잔여임기를 채운 뒤 윤석열 대통령이 하게 해야 한다"고 열변을 펼쳤다. 그는 허리춤의 작은 가방에서 장난감 권총을 꺼내 총구에 태극기를 꽂고 사격 시늉을 하기도 했다. 핸드볼경기장 진입로에 붙은 수백장의 대자보와 스티커에는 "이재명 퇴진", "윤석열이 옳았다" 등 구체적인 정치적 구호들이 주를 이뤘다.

날이 저물면서 시위 참가자의 규모는 더욱 불어났다. 낮에는 어르신들이, 밤이 되자 젊은 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참가자들부터 연인, 부부, 친구끼리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다 서로 인증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혼자 조용히 태극기만 흔드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20대 남성은 "오늘 처음 왔는데 분위기가 어색하다"며 "현장이 궁금해서 나와봤는데, 주말에 또 올지는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위대의 '부정선거 재선거' 주장이 대중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와 별개로 '부정선거' 주장에 거리를 두는 이들은 시위대 내부에도 소수나마 존재한다. 한 20대 여성은 도화지에 "북한보다 한심하다. 대한민국 선관위야. 한 탈북자 왈"이라고 적어 흔들며 선관위의 부실을 비판하면서도 시위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초기의 투표용지 부족 문제 개선이라는 구체적 요구에서 점차 '부정선거' 주장과 정치적 색채가 강해지는 현장의 변화는 시위의 정당성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