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만 카리브 섬나라 쿠라사오, 월드컵 첫 진출의 기적
인구 15만 명의 카리브 섬나라 쿠라사오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작은 국가로 처음 진출했다. 월드컵 확대와 네덜란드 감독의 영입으로 가능해진 이 성취는 전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으며, 축구 불모지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쿠라사오가 FIFA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쿠라사오는 월드컵에 진출한 가장 작은 국가라는 기록을 세우며 올해 월드컵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들의 첫 경기 상대는 4번의 우승을 차지한 독일이다. 월드컵 확대 이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성과다.
쿠라사오의 역사적 진출은 월드컵 참가국 규모 기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존 최소 인구 기록은 아이슬란드의 35만 명이었는데, 쿠라사오는 이를 절반 이상 밑돈다. 지리적으로도 쿠라사오는 약 44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으로 미국 최소 주인 로드아일랜드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 섬은 아름다운 해변과 다이빙 명소, 그리고 이름을 딴 리큐르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쿠라사오에서는 축구보다 야구가 더 인기 있는 스포츠다. 섬에서는 약 15명의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17시즌을 활약한 앤드루 존스로 올해 쿠퍼스타운의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축구가 쿠라사오에서 주류 스포츠가 아니었던 이유는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섬 주민들이 축구에 열광했지만, 이후 관심이 급격히 식어버렸다. 현재 쿠라사오의 최상위 축구 리그인 프로메 디비숀에는 10개 팀이 참가하고 있으며, 국내 컵 대회는 지난해에야 처음 출범했다. 그러나 월드컵 예선전은 섬 전체에 축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홈 경기들은 스타디움이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지역 스포츠 기자 칼 루터는 독일의 방송사 도이체 벨레에 "전 국민이 진정으로 월드컵 진출에 투자했고,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은 간절함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월드컵 참가국 확대가 48개국으로 늘어난 것이 쿠라사오 같은 축구 약소국들의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었지만, 쿠라사오의 성취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들은 예선전 전체를 무패로 마감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순간은 자메이카와의 최종 경기에서 펼쳐졌다. 쿠라사오는 무승부만으로도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경기가 연장전 종료 직전 0대 0으로 진행되던 중 자메이카가 페널티킥을 획득했다. 하지만 VAR 검증 결과 판정이 번복되었고, 쿠라사오는 극적으로 통과했다. 최종 휘슬 후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공격수 켄지 고레는 카메라를 향해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말을 잃을 정도다.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외쳤다.
쿠라사오로 돌아온 선수들은 영웅으로 맞이해졌다. 팬들은 밤새 춤을 추며 불꽃놀이와 자동차 행렬로 축제를 벌였다. 이튿날 선수단은 수많은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칼 루터 기자는 "월드컵 예선전이 정말로 우리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국가대표팀에 자부심을 느꼈고, 주장 레안드로 바쿠나 같은 선수들은 어린 세대의 롤모델이 되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축구를 배우고 싶어 하게 만들었다.
FIFA 랭킹 82위인 쿠라사오의 성공 비결을 이해하려면 국가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쿠라사오의 국가대표팀은 2011년에야 창설되었다. 이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역사와 관련이 있다. 1954년 쿠라사오는 네덜란드 왕국 내 자치국이 되었고, 아루바, 보네르와 함께 네덜란드령 앤틸레스의 일부로서 자체 축구팀을 운영했다. 2010년 독립 이후 쿠라사오는 자신의 정부, 의회, 그리고 독립적인 축구팀을 갖추게 되었다. 2024년 1월 베테랑 네덜란드 감독 딕 아드보카트가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고향에서 선수들을 영입했다. 쿠라사오 주민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네덜란드 여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 다만 국가대표로 선발되려면 선수의 부모나 조부모가 쿠라사오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미드필더 타히스 총은 실제로 쿠라사오에서 태어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쿠라사오는 월드컵 무대에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