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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검경 합수본 강제수사 돌입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해 중앙선관위와 서울 지역 선관위를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10여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적시되었으며, 법조계는 고의성 입증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과 경찰이 공동으로 구성한 합동수사본부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선관위, 서울 강남·서초·송파·광진·동작구 선관위를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태 발생 8일 만의 신속한 대응이다. 김태훈 합수본부장(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은 "관련 증거자료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강제수사에 나섰다"며 "향후 확보 자료 분석과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주체가 되었지만, 합수본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 명이 함께 투입되어 검경 협력 수사의 면모를 보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각 지역선관위원장과 사무국장 등 10여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되었다. 특히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가 포함된 것은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 축소 인쇄로 예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방선거 다음날인 4일 경찰에 직무유기와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강제수사는 이러한 고발 내용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수본 수사의 성패가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성' 입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피의자들이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금지)와 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위반 여부, 그리고 직무유기로 인한 국민의 참정권 침해 여부에 맞춰질 전망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핵심은 공무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의 자유를 방해했는지 여부"라며 "그러한 의도가 드러난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지역별로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특정 지역에 의도적으로 적은 양의 투표용지를 배치했다면 선거 자유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직무유기 혐의 입증의 관건은 투표용지 부족 관리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한 행정착오나 직무태만으로 투표용지를 적게 배급하는 등의 부실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합수본은 선관위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부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는 사안에 대해 누가 어떤 판단 기준으로 투표용지 인쇄량을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수사 포인트가 될 것이다. 만약 내부적으로 정책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의사결정자들이 강행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평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로선 선관위 관계자들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지역과 투표소마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이나 배치 양이 다르고, 심지어 개표 결과를 이중 입력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런 부분들은 혐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어떤 비판을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설령 형사 처벌이 어렵더라도 선관위의 관리·감독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향후 합수본의 수사 결과와 함께 선관위의 개선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