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고의성' 입증 수사 본격화…선관위 증거인멸 우려
검찰과 경찰이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 등 7곳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수사의 핵심은 투표용지 부족이 선관위 공무원의 고의적 과실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며, 증거인멸 우려로 선제적 강제수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포함한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6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투표용지 부족이 선관위 공무원들의 고의적 과실인지 아니면 단순 행정 미흡인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핵심 증거로 꼽혔던 투표용지 보관함이 이미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제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 서울시선관위, 각 지역 선관위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 회의록, 예산서, 업무일지, 상황보고서, 투표록 등의 자료를 분석하여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또한 선관위 사무처장 등 간부와 실무 직원의 컴퓨터 파일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투표용지 인쇄비율을 유권자 대비 50%로 낮춘 결정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배경에는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중앙과 시·도, 구·시·군 선관위의 총 공무원 정원이 3034명에 불과한데, 이번 6월 지방선거에 동원된 선거관리 인원은 전국적으로 41만 명에 달했다. 3000여 명의 선관위 직원이 전국 1만 4288곳의 투표소와 257곳의 개표소를 실수 없이 통제·관리해야 했던 것이다. 조현욱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시 선관위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선관위 역시 사태의 원인으로 인쇄 비율 부적정, 상황 판단 부족, 가이드라인 부재, 위기대응 체계 부재를 제시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실제 투표 당일 오후 2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투표소 일선 공무원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투표용지 부족을 호소했으나 중앙에서의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송파구와 광진구에서 투표용지 인쇄비율을 50%로 낮춘 결정이 선관위 회의를 거치지 않고 서면 의결로만 진행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철환 선관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4만 2000여 매가 남았지만 146개 투표소별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수사 과정에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선관위 주요 인물의 경찰 출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법원장이 8일 이를 수용했다. 투표용지 인쇄비율을 50%로 낮춘 결정이 사무총장의 독단적 판단인지, 아니면 조직적 결정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고의성 입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선관위의 구조 개혁과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