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과실, 정규직에만 쏠린다…노동계 '분배 확대' 강력 주장
민주노총이 반도체 호황의 초과이익이 대기업 정규직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로의 분배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의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와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주주총회 결의 의무화에는 반대하고, 노사 교섭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촉발된 대기업 초과이익 배분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인공지능 개발의 성과가 대기업 정규직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분배 범위를 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양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현재의 이윤 분배 구조가 얼마나 불균형한지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의 15%를 가용재원으로 두고 교섭했지만 나머지 85%는 재투자 명목으로 경영진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재투자 명목으로 묶인 85%에 대해서도 사회적 분배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막대한 이윤을 낸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분배를 넘어 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로 분배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정규직의 성과급 인상을 넘어 산업 전반의 분배 정의를 요구하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노동계의 이 같은 주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천문학적인 초과이익을 과연 정규직만 가져갈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원·하청 동반성장을 위해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양 위원장도 이에 호응하며 "원·하청 노동조합이 연대해 하청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을 보장하는 실질적 상생 방안을 교섭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노동계가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초과이익 분배 논의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경영계와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 위원장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주주총회 결의 사항으로 의무화하려는 정부·경영계의 구상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주주의 입김이 절대적인 주총에 결정을 맡기는 것은 노동자를 분배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성과 배분은 주주총회의 의결 사항이 아닌 노사 간 핵심 교섭 의제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양 위원장은 "다음 주 중 산하 대기업 노조 대표자들과 함께 초과이윤 성과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공동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향후 강경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3월 시행된 이 법안은 원청 기업과의 교섭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 교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산하 527곳의 사업장에서 원청 485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실질적으로 교섭이 이뤄지는 곳은 인천의료원 단 1곳에 불과하다. 양 위원장은 "원청교섭 쟁취에 집중해 다음 달 15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정부와 기업에 강한 압박을 가할 준비를 갖췄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도 "출범 당시 70점을 줬는데 1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부터 모범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