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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상자 증거보전 불발…선관위 '보관 없다' 해명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증거인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사라지면서 법원의 증거보전이 불발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상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투표용지가 선거인의 49.3%만 준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6월 3일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물증이 사라지면서 사건 규명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이 10일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실시했지만,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린 '인쇄매수 1천900매'라고 표기된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김지연 부장판사는 경로당으로 돌아간 투표소에서 27분간 증거물 확보에 나섰으나 상자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상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투표용지 보관상자의 행방 불명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드러낸다. 지난 5일 경찰이 1천여 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 종료 35시간 만에 투표함 2개를 반출한 뒤, 시위대가 투표소 내로 들어가 선거관리위원회가 남겨둔 물품들을 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투표용지 박스 겉면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천900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이는 투표용지가 선거인의 49.3% 분량만 준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인 수가 3천85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투표용지 배치 분량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소 50% 인쇄' 지침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를 담던 상자에 대해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용지 박스는 우리가 안 갖고 있다'며 '어디에 있는지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도 선관위 측 관계자는 해당 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는 선거관리 체계의 부실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지난 5일 경찰의 투표함 반출 이후 혼란 속에서 제3자가 상자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이번 증거보전 결정에서 투표용지 보관상자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증거를 확보하려 했다. 송파구 10개 투표소에서 6월 3일 오전 8시부터 6월 5일 오후 9시까지 촬영된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 장면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증거보전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법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간의 단체대화방, 메신저, 문자메시지 기록 역시 보전할 것을 지시했다. CCTV 영상과 단톡방 기록 등에 대해서는 법원이 제출을 요청한 상태로, 이들 자료가 사건 규명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증거보전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지난 8일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선거 무효 소송을 내기 전 증거를 먼저 확보해달라는 취지였다. 김 최고위원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용지 보관상자는 선관위의 50% 내부 기준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부분을 확보하는 증거'라며 이르면 15일께 선거소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확보하려는 증거가 여기 없는 만큼 사실조회 답변이 오는 것을 보고 개표소에 있는 투표함에 대한 증거보전을 추가로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투표용지 상자의 행방 불명으로 증거보전이 불발된 만큼, 향후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보관 장소를 묻는 사실조회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