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지방공무원들 '선관위 직접 관리 촉구'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선거 관리 제도의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선관위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핵심 선거 업무를 지방공무원들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일선 공무원들도 과중한 업무 부담과 책임 회피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전국 투표소 91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장의 핵심 업무를 지방공무원들에게 떠넘기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공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 관리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전공노는 기자회견에서 "선관위는 중앙에서부터 광역 시도, 기초 시군구까지 방대한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정작 선거 현장의 핵심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떠넘겼다"며 "그 결과 현장을 모르는 선관위,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선관위,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회피하는 선관위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현재 사전 투표와 본투표, 개표 관리, 선거 공보물 작업 전반, 투표소 설치·철거 등 선거의 핵심 역할을 지방공무원들에게 대행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선관위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실질적인 선거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송파구의 전공노 지부장은 "투표소 설치, 공보물 밤샘 작업, 장비 점검, 모의 시험까지 사명감 하나로 다 해줬다"면서 현재의 종이 투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 투표 도입을 주장했으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전공노의 선거 사무 개선 태스크포스 간사인 박복환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선관위가 직접 선거를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선관위는 계속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미리 계약직을 채용하고 투표 관리관과 사무원을 모집해 인력 풀을 만들라"고 제언했다.
박 부본부장은 더 나아가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이 있는데 또 지방공무원이 선거에 동원되면 그때는 업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이는 현재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선거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전공노는 선거 대행 사무 제도의 즉각 중단과 지자체에 위임하는 사무의 전면 손질을 요구하고 있으며, 선거 업무를 선관위가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지방공무원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공무원은 "선거 직전 선관위 직원이 지방공무원 대상 교육을 하는데, 실무 수습 중이거나 퇴직이 6개월 남은 선관위 직원이 교육을 하는 걸 보며 이 조직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 준비도 선거 업무인데 선관위는 구청 공무원들이 하는 걸 보고만 받고, 지시하고 감시만 하려 한다"며 선관위의 실질적 책임 회피를 비판했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선거 한 달 전부터 거의 매주 주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선거 공보물 작업의 비효율성도 지적했다. 현재 선거 공보물은 동 주민센터에서 공무원과 통장들이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선관위가 개인정보 문제를 이유로 외부 용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이제는 선거 업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거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와 지방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드러낸 사건으로, 향후 선거 제도 개혁의 촉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