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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외서도 반복…각국 대응 방식은 제각각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국제 뉴스로 보도되면서 해외의 유사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455개 선거구에서 재선거를 실시했고, 미국은 유권자 소송으로 손해배상이 이루어졌으며, 호주는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각국의 대응 방식은 그들의 선거 제도와 법적 체계에 따라 달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외서도 반복…각국 대응 방식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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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국제 뉴스로 보도되면서 해외의 유사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일부 유권자들이 수 시간을 대기하거나 투표하지 못한 채 돌아간 상황을 연달아 보도했으며, 시민들의 항의와 정치권의 선거 관리 비판까지 전했다. 투표용지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반복되어온 현상이지만, 각 국가마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과 그 결과는 크게 달랐다.

독일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국가다. 2021년 9월 베를린에서는 같은 날 총 4개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선거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다른 투표소에서는 잘못된 선거구의 투표용지가 배부되는 혼선이 빚어졌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공식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 이후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됐는데도 투표 대기줄에 있던 유권자들의 투표가 허용되면서 선거의 신뢰성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독일 헌법재판소는 베를린 내 2256개 선거구 가운데 455개 선거구에서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의 사례는 투표용지 부족이 단순한 행정 미스가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지방선거의 향후 법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이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져나갔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루체른 카운티에서는 143개 투표소 중 16곳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나중에 다시 와서 투표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재방문 시에도 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해당 카운티가 투표 시간을 2시간 연장하면서 개표 결과 발표도 지연되었고,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2명은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3만달러(약 45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2023년 6월 루체른 카운티 지방검사는 의도적인 투표 방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이 사건은 투표용지 부족이 유권자의 투표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법적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해 8월 애리조나주 피널 카운티 예비 선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리면서 2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일부 투표소는 모든 유권자가 투표를 마칠 수 있도록 공식 마감 시간인 오후 7시 이후에도 약 1시간 더 운영해야 했다. 당시 피널 카운티 검사장 켄트 볼크머는 "수요를 과소 추정했다"며 "예상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선거 관리 당국이 유권자 유입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며 비판을 제기했으나, 이 사안 역시 고의적인 개입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사례들은 투표용지 부족이 주로 유권자 수 예측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4년 호주 퀸즐랜드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었다. 퀸즐랜드 선거관리위원회(ECQ)의 유권자 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호주 공영방송 ABC에 따르면 선거 당일 투표율이 45.6%로 ECQ의 예상 투표율 35%를 크게 상회했으며, 약 50만명이 초과해 투표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예측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나,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나 선거 무효 판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호주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행정적 미흡으로 처리했다는 의미다.

해외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투표용지 부족은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며, 각 국가의 대응 방식은 그 나라의 선거 제도와 법적 체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선거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부분 재선거를 실시했고, 미국은 개별 유권자의 투표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을 택했으며, 호주는 행정적 미흡을 인정하되 선거 무효로까지 확대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투표권 침해의 심각성과 국제적 사례들을 감안할 때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