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기준 60%→50%로 낮췄다가 투표율 예상 빗나가 부족 사태 발생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의식해 투표용지 인쇄 규정을 60%에서 50%로 낮춘 가운데,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로 인해 혼란이 생겼다. 선관위의 미흡한 관리와 현장 대응 능력 부족이 선거 신뢰도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 당일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전 부정선거 음모론을 의식해 투표용지 인쇄 규정을 전년도 6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춘 것이 화근이었다. 역설적이게도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준비 규모를 축소한 결정이 투표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선거관리 당국의 판단 오류와 대비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곳은 서울 송파구였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는 본투표에 대비해 전체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약 28만 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했다. 그런데 실제 본투표에 참여한 송파구민은 총 23만9910명으로, 4만 장 이상의 투표용지가 남을 정도의 충분한 양이 준비되어 있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된 투표소 중 어느 곳도 본투표율이 50%를 넘는 곳은 없었다. 즉, 준비된 투표용지를 제대로 배분했다면 부족 사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근본 원인은 선관위의 비효율적인 관리와 미흡한 대응에 있었다. 송파구선관위는 투표소별로 배정된 투표용지 중 10% 안팎을 선관위에 따로 보관하고 투표소에 전달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투표 후 남는 투표용지가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의식해 투표 종료 이후 남는 용지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이 선관위의 예상을 훨씬 초과하자 예비로 보관 중이던 투표용지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중앙선관위는 "송파구에 충분한 물량이 남아 있었지만 남겨둔 투표용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유권자 불편이 커진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전 계획의 부족과 현장 대응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중앙선관위가 사태 발생 이후에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는 3일 오후 9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를 '서울 소재 14곳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인천시에서도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부족으로 항의하고 있었다. 인천시 선관위는 4일 뒤늦게 투표소 2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점을 시인했다. 이는 선관위의 정보 수집 능력과 상황 관리 체계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보여준다. 중앙선관위는 사후에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투표용지 인쇄 규정을 60%에서 50%로 축소한 경위와 사태 발생 원인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의 판단 오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방선거 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8%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표용지 인쇄 규정을 낮춘 것은 명백한 대비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높은 투표율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선관위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과도하게 대응하다가 본래의 책임인 선거 관리를 소홀히 했다. 국민의힘은 중앙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과 서울시선관위 오민석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으며, 긴급 국정조사 진행까지 제안했다. 청와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행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해 투표용지 인쇄 규정을 다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