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비중 59%로 치솟는데 대형마트는 규제에 발목…새벽배송 허용 논쟁 재점화
온라인 비중이 59%까지 상승하는 가운데 대형마트 비중은 9.8%로 떨어진 반면, 규제로 인한 새벽배송 제약이 대형마트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려 하나, 중소상인과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의 지형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업 내 온라인 비중이 59%까지 상승한 반면 대형마트의 비중은 9.8%로 떨어져 사상 처음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대형마트 매출도 전년 대비 4.2% 감소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한때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며 전국 37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형마트 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폐점 매장의 약 3500명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산업의 부진 원인으로는 규제와 온라인 경쟁의 불균형이 지목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며, 새벽배송을 위한 상품 피킹 작업도 영업행위로 간주되어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반면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별다른 시간 제한 없이 365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신선식품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규제 적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유통업계는 이를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지적해왔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규제로 발이 묶여 있었던 반면 이커머스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유통법 개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정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환경의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유통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으며, 논의 중인 여야 개정안 모두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규제 완화가 이루어질 경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 수백 개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이미 온라인 주문 처리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한 상태여서 법 개정 시 즉각적인 서비스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 영향으로 반등 조짐을 보인 일부 업태와 달리 대형마트는 이같은 효과조차 거의 누리지 못했다며, 유통 환경이 바뀐 만큼 규제 체계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소상인 단체와 노동계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장까지 본격 진출할 경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심야·새벽 노동 확대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유통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새 정부의 유통 규제 철학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정치 일정이 일단락되면서 그동안 뒷전이었던 규제 완화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골목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낼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