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 역전되자 재선거 촉구 '침묵'…국민의힘의 이중 기준 논란
국민의힘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 재선거를 강력히 촉구했으나, 오세훈 후보 당선이 확정되자 입장을 급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정략적 이익'을 위한 이중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6월 3일 서울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의힘은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촉구하는 입장문과 페이스북 글들이 쏟아졌고, 당 지도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선거 무효'와 '재투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4일 오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은 '재선거'라는 단어를 사라지게 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책 강구로 톤을 낮췄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진 직후 국민의힘의 반응은 매우 강경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3일 저녁 8시 55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서울 선거 개표를 즉시 중단하고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의거해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 헌법재판소가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으로 투표권 행사가 방해받고 선거 결과가 왜곡되었다는 사유로 선거 전면 무효를 선언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밤 9시 30분 브리핑을 열어 "이번 서울시 투표는 유권자 투표권과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라며 "지금이라도 진상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즉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다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중진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3일 밤 페이스북에 "즉각 개표를 중단하고 '재선거'를 선언하라"는 글을 올렸고, 베를린 사례를 공유하며 "독일 판결처럼 승패 영향과 상관없이 무조건 재선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혜 의원도 4일 새벽 2시 10분 "즉각 개표 중단, 재선거를 선언하십시오"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이들의 주장은 일관되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으므로, 결과와 무관하게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국민의힘의 입장은 급변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4일 오전 낸 입장문에서 "6·3 지방선거로 표출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사실상 재선거 요구를 철회했다. 대신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의 투표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선관위에 대한 외부 통제 방안 등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는 표현으로 톤을 낮췄다. 나경원과 김은혜 의원은 이후 추가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는 당선 전 "승패 영향과 상관없이 무조건 재선거해야 한다"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은 4일 오전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관위의 행정 실책을 빌미로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흔들며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제 서울 개표 중단과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며 "개표가 끝난 지금도 재투표를 주장하나? 소송을 진행할 거냐"고 물었다. 또한 "처음에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를 요청하더니, 결과가 나온 지금은 어떤 입장이냐? 이제 분명히 밝혀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선거 결과의 급변이 있다. 3일 저녁 6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5.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4일 오전 7시를 넘어서면서 표 차이가 줄기 시작했고, 7시 16분경 지지율이 역전되면서 오 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국민의힘이 초기 출구조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때는 재선거를 강력히 촉구했으나, 최종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오자 입장을 급변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객관적 문제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데, 당의 이익에 따라 입장을 달리한 것 아닌지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