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세 할머니부터 18세 청년까지, 불편함 이겨내며 투표권 행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10세 고령자부터 18세 청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유권자들이 신체 불편함과 먼 거리를 이겨내며 투표권을 행사했다. 국적을 새로 취득한 이주여성들도 한국 국민으로서 첫 투표를 경험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천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3일, 전국의 투표소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발길을 이었다. 고령의 어르신들부터 생애 처음 투표권을 얻은 청년들, 그리고 국적을 새로 취득한 이주민까지 모든 세대가 투표소를 찾아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는 모습이 전국에서 목격됐다. 이번 선거에는 단순히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광주 동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110세의 김정자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에 긴장한 표정으로 6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를 마쳤다. 1963년 10월 제5대 대통령선거 이후 단 한 번도 투표권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투표함에 용지를 넣은 후 "청년들의 취업이 잘되고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기도했다. 전북 전주의 106세 김계순 할머니도 "걷기 힘들고 숨이 차지만 당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를 마쳤다. 강원 화천군 파로호 인근의 오지마을 동촌1리에 사는 79세 권모 할머니는 다리를 다친 몸으로도 왕복 2시간 이상의 이동 시간을 감수했다. 그는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며 "몸은 불편하지만 소중한 권리인 만큼 꼭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섬 지역 주민들의 투표 참여도 눈에 띄었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인천 옹진군은 134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번 선거를 위해 백령도, 영흥도, 연평도 등에 총 25곳의 투표소가 마련됐다. 백령도의 한 투표소에는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올라 투표에 참여하는 거동 불편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고,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도 투표 행렬에 함께했다. 백령도 주민 김모씨는 "개인 일정이 있어 일찍 투표했다"며 "이번 선거로 백령도와 옹진군, 인천시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먼 거리와 불편한 교통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올해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여성들도 투표권을 행사하며 한국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충북 영동군의 한 투표소에서는 아홉 자녀를 둔 이인수·안재선 부부가 투표권을 가진 3명의 아들·딸과 함께 단체로 투표에 나섰다. 이씨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다섯 식구가 서둘러 투표장을 찾았다"며 "내년에는 넷째도 성인이 돼 앞으로 투표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옥천군의 투표소를 찾은 베트남 출신 호티빗응억씨는 2022년 결혼해 두 자녀를 낳은 후 3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난생 처음 투표에 참가했고, 남편과 선거 공보물 등을 꼼꼼히 읽으면서 표를 줄 후보를 정했다"며 "투표를 했더니 비로소 한국 국민이 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18, 19세 청년들도 설렘과 긴장 속에서 투표를 마쳤다.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2007~2008년생들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했으며, 고3 수험생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청년 유권자들의 신분도 다양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이모양은 "공약집을 꼼꼼히 보고 왔는데 막상 투표소에 오니 뽑아야 할 사람이 많았다"며 "한 표를 행사해서 내 뜻이 전달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대를 초월해 모든 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천하는 장이 되었으며, 불편함과 거리를 뛰어넘은 투표 참여는 한 표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들로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