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돌봄 AI 확산, 정서적 과의존·안전 문제 속속 드러나
전국 지자체가 독거노인 돌봄을 위해 '말벗 AI' 보급을 확대 중이지만, 부적절한 성적 발화, 정서적 과의존, 안전사고 책임 불명확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와 단순 대화 기능에만 치중한 국내 기술 수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지자체가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우울감 완화를 위해 '말벗 AI'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부적절한 성적 발화, 정서적 과의존, 안전사고 책임 소재 불명확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단순 대화 기능에만 치중한 국내 기술 수준도 지적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AI 돌봄 서비스는 초기에는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독거노인들이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을 덜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초기 도입 당시 일부 이용자들이 AI 챗봇에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시도했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했다"면서 "현재는 부적절한 발화가 감지되면 '그런 대화는 마음이 아파요' 같은 거부 반응이 나오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인들이 AI를 실제 인간관계의 대체재로 인식하면서 정서적 과의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벗 AI에만 의존하면서 실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와의 상호작용이 일시적인 외로움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연결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AI를 인간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해 감정적 과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AI 돌봄 서비스 이용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시스템 오류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또는 AI의 지시에 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부재하다. 이는 향후 분쟁 발생 시 노인과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AI 돌봄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각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AI 돌봄 기술의 수준도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보급 중인 대부분의 서비스가 단순한 대화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 거동을 돕거나 신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반면 일본의 경우 노인 돌봄을 위한 고급 로봇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음성 대화뿐 아니라 신체 이동 지원, 낙상 감지, 응급 상황 대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돌봄 로봇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돌봄 서비스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려면 단순 대화를 넘어 실질적인 돌봄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부작용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하며, 동시에 거동 보조, 건강 모니터링, 응급 상황 대응 등의 기능을 갖춘 차세대 돌봄 로봇 개발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과 유럽의 선진 사례를 참고하면서도 우리의 고령화 현실에 맞는 맞춤형 AI 돌봄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