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물가 3.1% 상승, 26개월 만에 최고…중동 전쟁 여파 확산
5월 소비자물가가 3.1% 상승하며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도 약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함께 재정정책의 조화로운 운영과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인상으로, 물가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속도로 상승한 것이 국내 물가 지표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류 가격이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24.2%나 급등했으며, 이것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도 3.3% 상승하며 고물가의 충격이 실생활 전반에 미치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재정경제부는 이러한 정부 조치가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3.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현재의 가격 통제 정책이 부분적인 완화 효과만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율 상승이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대로 치솟으면서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 경제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 상승은 곧 다양한 상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환율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물가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중의 압력 속에서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통화정책 운영의 제약 요인이 감소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사실상 7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의 고물가가 수요 측면의 인상보다는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 인상만으로는 물가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로운 운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물가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89%로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급속도로 늘릴 수 있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는 것만으로도 연간 이자 부담이 3조 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 영끌(영리를 위한 끌어모음)과 빚투(빚을 내 투자)를 부추기는 정책은 자제하고, 물가 관리와 민생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