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폭등에 삼성·LG 가전 원가 압박 심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107%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원재료 매입액이 대폭 증가했다.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가전 제품 판매가 감소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이익률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이 국내 주요 가전·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심각한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사업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 원가는 치솟는데 완제품 판매는 부진한 악순환에 빠지면서 업계의 이익률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재료 매입액(삼성디스플레이 제외)은 27조80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 중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매입액이 21조2527억원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으며, 이는 원재료비 증가의 대부분이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바일용 메모리 원가 압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을 1조9930억원으로 집계한 것으로, 이는 DX 부문 전체 매입액의 9.4%에 달한다. 이 비중은 주요 부품인 카메라 모듈의 8.9%를 상회하는 수치로, 삼성전자가 분기보고서에 모바일용 메모리를 별도 항목으로 신설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전년 연간 평균 대비 약 107% 급등했다. 이는 가격이 2배 이상 올랐다는 의미로, 가전·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가격도 지난해보다 약 12% 올랐으며, 이러한 반도체 가격 상승은 제조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LG전자도 부품 및 원자재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올해 1분기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매입액은 2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평균 매입 가격이 지난해 대비 33.1% 오른 결과로, LG전자도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조 원가가 급등한 반면 완제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3년 전 동기 대비 5.8% 감소했으며, 스마트폰 등 컴퓨터 소매판매액도 4.2%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되었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시장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높아진 원가를 완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며, 이익률 압박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업계 전망은 더욱 부정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지역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원가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국내 가전·스마트폰 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들이 원가 효율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하며, 동시에 시장 수요 회복을 위한 소비 심리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국내 가전업계는 원가와 수요 사이의 갭을 좁히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