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급등에 삼성·LG 원가 부담 '극심'…판매 감소까지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원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동시에 내수 침체로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두 회사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용 칩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내 가전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 현상으로 인한 제품 생산 원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가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도 내수 침체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 모두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모바일용 메모리'를 별도 원재료 품목으로 추가했다. 그동안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 금액은 다른 부품과 함께 '기타' 항목으로 통합 기재해왔으나,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비중이 커지자 독립된 항목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의 경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용 메모리 매입액은 1조 993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전체 원재료 매입액 중 9.4%를 차지한다. 카메라 모듈(8.9%)보다도 높은 수치로, 반도체가 이제 삼성전자의 주요 원재료 비용 항목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LG전자도 상황은 유사하다. 올해 1분기 TV와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매입액은 2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억원(19.4%) 증가했다. 원재료 비용의 비중도 7.7%에서 9.1%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영상기기 부품용 반도체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33.1%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이 전년 연간 평균 대비 약 107% 상승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반도체 가격 상승의 폭이 상당하다. 이러한 원가 부담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범용 D램 'DDR4 8GB'의 고정가격은 지난달 20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6년 6월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DDR4 8GB 평균가는 2025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3월에는 전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상승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전월 대비 23.1% 오른 16달러를 기록했고, 5월에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1분기보다 2분기에 D램 가격이 더 오른 만큼, 두 회사의 2분기 매입 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칩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동시에 가전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가계 소비 심리 위축이 주요 원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전제품 소매판매액은 7조 85억원으로 3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통신기기 및 컴퓨터 소매판매액도 7조 6311억원으로 4.2% 줄었다. 원가는 올라가는데 판매량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자를 보던 중국시장에서 가전과 TV사업을 접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전자도 TV사업부 매각설이 돌 정도로 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비용은 매출 성장에 따라 늘어날 수 있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 급등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은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나서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의 도래가 가져온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국내 가전업계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