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25.8%로 확대… 170조 매도 폭탄 해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20.8%로 확대하고 최대 25.8%+α까지 투자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인한 포트폴리오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170조원대 매도 폭탄을 피하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서 우려해온 대규모 매도 사태를 피하게 됐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금위는 지난 28일 '2026년 자산별 목표비중 조정안'과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의결했으며, 이에 따라 6월 말부터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적용한다. 여기에 전략적·전술적 자산배분에 따른 추가분까지 포함하면 최대 25.8%+α까지 투자규모를 확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최대 투자 가능 비중인 19.9%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로,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국민연금의 무리한 매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주식 비중 확대의 배경에는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 불균형 문제가 있다. 지난 2월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21%를 기록하면서 기존 목표비중 19.9%를 이미 초과했기 때문이다. 만약 목표비중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면 국민연금은 초과분을 매도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최대 170조원대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목표비중을 조정하지 않으면 대규모 매도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줘 결국 국민연금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으로 국민연금은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도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자산배분 조정은 국내외 자산 비중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기존 목표비중은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 채권 23.1%, 해외 채권 7.4%, 대체투자 14%로 변경된다. 이는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주식 비중(21.2%)이 해외주식 비중(17.4%)보다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7년 동안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해외주식 비중이 현재 37.2%에서 34.7%로 소폭 감소하고 국내 채권도 24.9%에서 23.1%로 줄어드는 반면, 국내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로 재편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적연금의 투자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오다가 이번에는 기존 목표치보다 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상방 압력이 축소될 수 있다"며 "최근 급격하게 확대했던 원화 약세에 대한 심리가 안정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자산 투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수요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몇 개월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자산배분 조정이 환율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은 일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다만 국내주식 비중 확대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는 변동성이 크면서 매도·매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수차례 발동했으며, 지난 5월 외국인투자자는 44조715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산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과 현재의 시장 과열 우려 사이의 긴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버블이라는 것은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을 때 나오는 우려"라며 시장 과열을 일축했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기록은 국내 증시의 안정성을 둘러싼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