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13% 급증했지만 일자리는 1.9%만 증가
반도체 생산이 13%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1.9%만 늘어났으며, 실질 소득은 0.4%에 그쳐 경제 성장의 과실이 극소수에 집중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생활 형편이 악화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러한 성장이 일반 국민의 고용 확대와 소득 증대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데이터처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4월 반도체 생산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0%나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업의 일자리는 1.9%에 불과한 3000개만 늘어났다. 이는 생산 증가에 비해 고용 확대가 현저히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제 성장의 과실이 극소수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조업 전반의 성장세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다. 4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으나, 반도체를 빼면 같은 기간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부터 4월까지의 평균을 보면 제조업 생산지수는 2.7% 올랐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0.7% 증가에 그쳤다. 이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 분야의 성장이 정체 상태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반도체 산업만 선전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경제 성장이 가계의 실질 소득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은 월평균 462만87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 성장률과 실질 소득 증가율 사이의 격차가 무려 3.2%포인트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에는 실질 소득 증가율이 2.3%포인트 앞서갔지만,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다가 올해 1분기에는 경제 성장률에 훨씬 뒤처지게 된 것이다. 특히 실질 근로소득은 1.7% 감소했으며, 이는 202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득 양극화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6.59배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득에서 상위 20%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45.2%로,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저소득층 가구의 생활 형편이다. 1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43만8000원으로 집계되어 201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저소득층 가구가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양극화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양극화의 원인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 패턴 차이에서 비롯됐다. 하위 20% 가구는 소득이 거의 정체된 상황에서도 필수 지출이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0.1% 감소했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5.1% 증가했다. 특히 식료품(3.3%)과 보건(6.5%) 등 필수 지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교통·운송(33.8%), 오락·문화(23.4%) 등 선택적 소비까지 증가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욱 가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상위 20% 가구는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3.0% 증가하고 소비지출도 4.8% 늘어나며, 소득과 소비 모두에서 개선세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세대 양준모 교수는 "반도체 투자 확대 과정에서 연관 산업을 키웠어야 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히 고용 경직성을 해소했다면 더 많은 고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강성진 교수는 "이미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을 쓰기는 어렵다"며 "청년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려서 소득 격차를 좁히는 것이 양극화 극복에 가장 빠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지속되려면 이를 바탕으로 한 연관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