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경찰이 추적하는 의사결정 체계의 허점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전후의 의사결정 구조와 안전 관리 체계의 허점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사전 지적이 반영되지 않았고, 설계와 다른 방식으로 해체 공사가 진행된 점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사고 전후의 의사결정 구조와 안전 관리 체계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설계 계획과 실제 해체 공사 방식의 차이, 그리고 사전에 제기된 안전 우려가 실제 작업에 반영되지 않은 경위를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31일 일요일 전원 출근하여 지난 29일 압수수색한 흥화건설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누가 어떤 판단 아래 위험한 결정을 내렸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안전관리계획서와 구조설계도의 검토에서 출발한다. 수사팀은 원래의 해체 공사 계획과 실제 진행 방식을 대조하여 설계와 다른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작업 지시 내역도 함께 분석 대상으로 삼아 현장에서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추적 중이다. 더불어 경찰은 연장 인력과 시공사 간의 소통 과정, 그리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사이의 연락 경위도 세밀하게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는 각 기관과 담당자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내렸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사고 발생 약 12시간 전 현장에서 발생한 단차(높이 차이) 현상이 수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이상 징후를 누가 먼저 확인했으며, 현장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한 것이 누구의 판단인지를 규명할 계획이다. 특히 흥화건설과 서울시가 단차를 확인했음에도 국가철도공단이나 한국철도공사에 알리지 않아 열차 운행이 사고 1분 전까지 계속된 점이 주목된다. 이는 정보 전달 체계의 부재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의미이다. 경찰은 이러한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고 이전부터 안전 우려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제 작업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은 2024년 6월 서울시에 보강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가설 지지대 등 보강 대책을 마련하고 해체 순서에 따른 안전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안전계획서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에도 동일한 문제가 다시 지적되었지만, 시공사는 충분한 보완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철거 작업은 서울시 승인 아래 그대로 진행됐으며, 이는 행정 기관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경찰은 서울시가 철거공사를 실질적으로 총괄했는지, 그리고 사전 징후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 도면과 실제 시공 방식의 괴리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설계 도면에 따르면 진행되어야 할 해체 방식과 달리, 사고 구간 상판 28미터 중 21미터가 먼저 잘려 나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레인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안전성을 크게 훼손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시공 편의성 때문에 설계의 안전 기준을 외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찰은 이러한 변경 사항이 누구의 지시 아래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왜 서울시의 감시 속에서도 이런 변경이 가능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 관계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으나, 수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경찰은 압수물 검토를 마친 뒤 관계자 소환 조사에 나설 예정이며, 조사 대상에는 시공사와 서울시 관계자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시공 과정의 실수가 아니라 의사결정 체계 전반의 부실로 인한 결과라는 점이 분명해질수록, 책임 추궁의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수사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를 넘어, 왜 이러한 부실이 반복적으로 방치될 수 있었는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향후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의 기초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