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휴전안 최종 결정 유보…핵 문제·해협 관리권 등 쟁점 남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60일 휴전 연장 합의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리권, 경제 보상 규모 등 핵심 쟁점에서 양국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60일 휴전 연장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29일(현지시각)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참모들과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가 고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이 소식은 미국과 이란 간 핵심 쟁점들이 여전히 깊은 간극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이익이 되고 자신의 레드라인을 충족하는 합의만 할 것이며,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제시한 미국의 요구 조건은 매우 구체적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즉각 개방하며,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발굴해 폐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협상은 전쟁 종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핵 문제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국이 휴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핵 폐기를 조건으로 제시하려는 의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바가이 대변인은 또한 "이란과 미국 사이의 메시지 교환은 계속되고 있지만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를 통한 간접 협상 방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쪽이 서로 다른 버전의 합의안을 놓고 협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개방 문제도 양쪽의 해석이 크게 엇갈린다. 미국 측은 해협이 즉시 개방되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는 이란이 전쟁 전 수준의 선박 통행을 회복하는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30일 안에 전면 해제되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복잡한 것은 해협 관리권 문제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관리가 이란과 오만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해협 통행 선박에 일정한 서비스 수수료나 관리 체계를 적용할 권리를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미국은 통행료 없는 자유항행을 요구하고 있어 이 부분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보상 문제도 협상의 민감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잠정 합의안에 이란을 위한 "전후 투자 펀드 또는 재건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 쪽 당국자와 협상 내용을 아는 외교관들은 그 규모를 3000억달러(약 452조원)로 언급했다. 이는 이란이 과거 미국의 폭격 피해에 대한 전쟁 배상금으로 요구했던 3000억~1조달러 범위의 최소치와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돈은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외교관들은 미국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걸프 아랍 국가들을 통한 투자 펀드 조성을 돕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현금 지급을 맹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우회책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