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경상수지 2500억달러 기록…'낙수효과' 미흡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실질 성장률도 3.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과 비정규직의 소득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달성한 역대 최대치인 1230억달러의 2배를 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증가가 이러한 호황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액이 924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반도체 수출만 3501억달러로 전년 대비 10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수출 호황에 힘입어 한국은 네덜란드를 제치고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수출국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최근 3년 간의 합산액인 2556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용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호황은 경제 성장률과 정부 세수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올해 실질 성장률이 3.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잠재성장률인 1.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명목성장률이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02년의 11%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3만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국세수입도 41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확대로 초과세수가 40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전체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48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했지만, 임시·일용직 근로자 임금은 176만7000원으로 0.7%에 그쳤다. 증시 호황의 과실도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순자산 상위 20% 가구의 연평균 자본이득은 206만원에 달했으나, 나머지 계층은 10만원에서 41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거시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서민경제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경상수지를 수출 주도 경제인 한국의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 지표로 평가해왔으며, 경제 위기 직전에는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패턴을 보였다. 이번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한국의 대외 신용도를 크게 높이고 경제 위기 리스크를 낮추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