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총 2000조원 돌파…SK하이닉스 맹추격으로 반도체 양강체제 심화
삼성전자가 한국 상장사 최초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했으며, SK하이닉스가 맹렬히 추격 중이다. AI 반도체 기술 선도와 메모리 수요 급증이 양사의 주가 상승을 주도했으며, 증권가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 상장사 최초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했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의 합산 시가총액이 2015조7504억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단 4개월 만에 1월 말 1000조원 수준에서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는 5.84% 상승한 3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우선주도 6.08% 올라 20만2500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급등은 인공지능 시대에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개발 성과와 긍정적인 지정학적 신호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시총 달성을 이끈 주요 호재는 AI 반도체 분야의 기술적 우위 확보였다. 회사는 이날 차세대 HBM 7세대 제품의 샘플 출하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올해 2월 6세대 양산에 이어 기술력을 재확인시키는 신호로 평가받았다. 더불어 AI 챗봇 서비스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소식도 투자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제 정세 측면에서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의가 진전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리스크 회피 심리가 완화되고 주식시장의 투심이 회복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시총 돌파는 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도 이어졌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입어 3.55% 오른 8476.15로 마감했으며, 이는 한국 증시 전체의 강세를 반영하는 결과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기관투자자가 삼성전자를 1조6653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보통주 3240억원을 팔았으나 우선주 2570억원을 사들였고, 개인투자자는 전반적으로 차익실현을 통해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다만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600억원가량 순매수되며 소액 투자자들의 강한 수요를 보여줬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맹렬히 추격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양강체제가 심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92% 상승한 233만3000원에 마감했으며, 시가총액은 1662조7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약 1200조원가량 증가한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은 삼성전자보다 더욱 가파르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164.39% 상승한 반면, SK하이닉스는 258.37%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삼성전자의 41.74%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삼성전자의 8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급증과 높은 수익성이 SK하이닉스에 집중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의 빠른 성장은 AI 반도체 호황의 수혜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AI 기반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와 디램의 수요가 AI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과 수익성이 함께 상승한 것이다.
증권가는 두 회사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39만417원으로 한 달 사이 34.02% 상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171만870원에서 241만3750원으로 41.08% 상향 조정됐다. 목표주가 최고치는 삼성전자 57만원, SK하이닉스 38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 수준이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시총은 약 3800조원, SK하이닉스는 2770조원까지 증가해 두 기업 모두 2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장기공급계약 고객뿐만 아니라 비계약 고객도 초과 할당을 요청하고 있으며, 내년 낸드와 디램, HBM의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