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신호 확실해진 한은, 경제 전체에 긴축 충격파 예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다음달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가계와 기업들이 긴축 충격에 대비해야 하며, 특히 영끌과 빚투로 팽창한 가계신용이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시작을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통화위는 의결문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정도와 경기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곧 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시장에서는 다음 달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발언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리인상으로의 전환은 가계, 기업, 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제유가가 중동정세 불안으로 인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금리는 이미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시키는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서민과 소상공인, 영세기업은 현재 상황에서도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시행될 경우 그 충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당국과 금융기관들은 긴축 국면에 대비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미리 준비된 정책이 있다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인하 기조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거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제의 자산 거품을 부풀렸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으로 자산을 불린 가계와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수치) 잔액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에 도달했다. 또한 증권사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입하는 '영끌'과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고위험 투자 행태는 금리인상 국면에서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당국의 정책 방향은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와 세밀한 규제 균형 사이에서 조율되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을 제도권 금융에서 밀어내 비정규 금융시장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송 총재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금리인상이 단순한 물가 관리를 넘어 성장, 환율, 부동산 등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경제 주체들이 긴축 국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금융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암묵적 경고이기도 하다.
금융기관들의 책임 있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금리인상기에 은행들은 이자 수익 증대를 앞세워 약탈적 금융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금리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은행들이 이러한 오명을 벗고 서민 금융 보호에 나선다면, 긴축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당국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경제 전체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정책들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연착륙을 위한 정책 조합이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되고 실행되는가에 따라 우리 경제가 긴축 국면을 얼마나 무난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