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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붕괴 전 12시간간 열차 166대 통과, 위험 신호 무시한 관리 체계 도마 위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전 구조물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으나 12시간 동안 열차 166대(승객 탑승 59대 포함)가 아무런 제어 없이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된 열차 진동이 붕괴를 앞당겼을 수 있다며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직전 구조물의 심각한 이상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승객을 탄 열차를 포함해 총 166대의 열차가 위험 구간을 아무런 제어 없이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 30분 상판 처짐이 최초로 확인된 순간부터 오후 2시 33분 실제 붕괴가 발생할 때까지 약 12시간 동안 무려 166대의 열차가 사고 구간 아래 선로를 지나갔다. 이 중에서 승객을 태운 열차만 59대에 달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붕괴 불과 1분 전에는 7량 규모의 무궁화호 열차가, 약 5분 전에는 20량 규모의 KTX가 현장을 통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과한 열차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고속열차인 KTX가 66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일반열차 61대, 전동열차 31대, 화물열차 5대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당 구간의 평일 평균 통과 열차가 346대인 것을 감안하면, 위험 징후 발견 후에도 하루 통과량의 약 48%에 해당하는 열차들이 아무런 운행 제약 없이 현장을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한 순간 즉시 열차 운행을 중단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안전 원칙이 철저히 무시되었음을 의미한다. 국토교통부도 "공사 중 발견된 교량 상부 단차는 서울시 및 시공사가 즉시 공단 또는 코레일에 통보해 열차 운행중지 등을 수반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 30분 상판 절단 작업 중 15번과 16번 거더 사이에서 약 29밀리미터의 처짐과 단차가 발견됐다. 서울시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강판으로 보강 조치를 취했지만, 이 심각한 징후는 오전 7시 30분이 되어서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처음 보고되었다. 이후 오후 1시 40분부터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긴급 안전점검이 시작되었으나, 점검을 시작한 지 불과 50분 만에 구조물이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당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국회 현안질의에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붕괴 소식을 언론 속보를 통해 처음 접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는 위험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 있는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건설 업계 전문가들은 3개월간 지속된 철거 작업의 충격에 더하여, 침하 발견 이후 166차례에 걸쳐 반복된 열차의 진동이 붕괴를 앞당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추태호 교수는 "노후화로 강성이 약해진 구조물에 열차와 차량 통행으로 인한 반복적인 진동이 가해지면 충격이 누적될 수 있다"며 "양옆 고가도로를 모두 철거한 뒤 철도 위 구간만 남겨둔 철거 순서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의 최명기 교수도 "최소한 철거 기간에는 해당 구간에서 열차를 서행시켜 진동을 줄였어야 했고, 코레일과 서울시 모두 안전 조치에 지나치게 안일했다"고 비판했다. 인근 상인과 직장인들도 평소부터 노후 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고 증언했으며, 철거 작업 전부터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위험 신호가 있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시공사가 교량 상부의 약 2.9센티미터 단차를 발견하고도 국가철도공단이나 코레일에 이를 즉시 알리지 않아,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열차 운행이 지속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구조물 붕괴 사고를 넘어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위험 신호 감지 후 신속한 보고, 즉각적인 운행 중단, 책임 있는 의사결정 등 각 단계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이번 사고의 전면적인 원인 규명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