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도래로 반도체·서버 기업 대반전…'하드웨어 강세' 구조적 변화
AI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 서버 등 하드웨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제치고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1795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메모리 빅3의 주가는 149~215%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 기업에 밀려 저평가받던 하드웨어 산업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완전한 역전을 맞이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빅테크 기업들이 산업 혁신을 주도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반도체, 서버, 전력기기 등 물리적 인프라를 담당하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AI 시대의 핵심 주역으로 급부상하는 '파워 시프트' 현상이 본격화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무게중심 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세계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극적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삼성전자로, 1795억8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294억달러로 3위, TSMC는 807억1000만달러로 10위, 마이크론은 672억9000만달러로 11위, 브로드컴은 552억8000만달러로 12위에 올라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업이익 500억달러를 넘는 하드웨어 기업이 5개나 되다는 것이다. 이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영업이익 상위 10개 기업 중에 전통 하드웨어 기업이 삼성전자와 도요타 단 2개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주가 흐름에서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업 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4대 빅테크 기업은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마이너스 14%부터 플러스 24.2% 범위의 제한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데이터 분석 및 서비스 업체인 팰런티어는 같은 기간 23.2% 하락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빅3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149.4%에서 215.2% 사이의 극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이들 빅3는 이달 들어 전 세계에 단 14개 기업만 속해 있는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인 서버를 생산하는 델은 142.4% 상승했고, 전력 설비 업체 버티브도 99.9% 상승하며 하드웨어 기업들의 강세를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 구축이 세계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데 있다. 4대 빅테크 기업은 올 한 해에만 6740억달러(약 101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 대부분을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산업 매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0.7%에서 62.7%로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AI 반도체 매출은 7000억달러(약 1049조원)로 전년 대비 9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막대한 전력과 반도체, 서버, 냉각 설비,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으로 필요해지면서 산업의 병목 현상이 인프라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김상배 교수는 이를 '리버스 세일리언트'(역돌출부) 현상으로 해석하며, 이것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AI 산업 발전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하드웨어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 전략 담당 조직 GSGI의 조지 리 공동 대표는 AI 투자액이 2026년 7650억달러에서 2031년 1조60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러한 투자가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케이블, 서버랙까지 광범위한 인프라에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AI 바람을 타고 로봇,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재평가도 확대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이러한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섹터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소프트웨어 섹터 비중은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편 실리콘밸리의 한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반면, 반도체와 전력 설비 같은 하드웨어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