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주주들 '위법' 제기…법적 대응 예고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로 확정됐으나, 주주운동본부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방식이 상법을 위반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세전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급 책정과 배당 절차 미준수를 문제 삼으며 무효 소송 등 다층적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제 주주들의 본격적인 반발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노사가 합의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방식이 상법을 위반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27일 경기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잠정합의안이 가결됐으나 이것이 적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명확히 선언했다. 이는 노사 협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주주권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을 의미한다.
주주운동본부가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세전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급 책정이다. 민 대표는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을 공제한 뒤 분배 대상이 되는데,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할당하는 것은 국가의 조세 징수권을 우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배당이나 성과급 같은 이익 분배는 세금을 낸 후의 순이익을 기반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주주 이익 보호를 넘어 국가 세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주주운동본부는 배당 절차 문제도 제기했다. 민 대표는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고는 회사 외부로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의 결의 사항이며, 이사회나 노사 자율 교섭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노사가 아무리 합의했더라도 주주총회라는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현재의 합의 방식이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훼손한다고 본 것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19일 삼성전자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를 신청해 현재 일정을 조율 중이며, 명부 확보 후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 주주들에게 사안을 알리는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법적 대응의 구체성이다. 주주본부는 단체협약 무효 확인 소송, 위법행위 유지청구 및 가처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대표 소송, 위법 파업 참가자 대상 손해배상 청구 등 다층적인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27일 오전 엿새간의 투표를 종료했으며, 투표 결과는 찬성 73.7%(4만6천142명)로 가결됐다. 투표율은 의결권이 있는 노조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95.5%)이 참여해 매우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노조 규약에 따라 투표권자 과반이 참여했으므로 잠정합의안은 확정안이 됐다. 그러나 노조의 확정이 곧 법적 유효성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주주권을 주장하는 세력과의 법정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노동자의 정당한 처우 개선과 주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국가의 조세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노사 차원에서는 일단락됐지만, 주주와 법원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개입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원의 판단이 기업 보상 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