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12시간 전 침하 신호 감지했는데 안전조치 전무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12시간 전 상판이 2.9센티미터 침하되는 위험 신호가 감지됐으나 적절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현장 전문가들은 주변 통제와 구조물 보강이 우선되었어야 하며, 토목 구조물 해체에 대한 안전 기준과 감리 제도 부재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사건이 발생하기 약 12시간 전부터 이미 위험 신호가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일 새벽 고가 상판 일부가 2.9센티미터 내려앉은 현상이 관찰된 직후에도 구조물 보강이나 전면 통제 같은 예방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있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안전진단 과정에서의 절차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건축물 해체 기술 전문가들은 새벽에 발생한 슬라브 침하 현상 자체가 구조물 붕괴의 전조 신호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건축물 해체 기술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한 기술사는 새벽 침하 현상을 '사실상 붕괴 조짐이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이 상판 위에 올라가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9센티미터 침하가 발생한 상판에 10명이 올라가기만 해도 수백 킬로그램의 추가 하중이 실리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안전을 충분히 확인한 후 작업을 진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전진단 목적이라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약해진 상판의 안전성을 사전에 보장할 수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체 공사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이 감지된 직후 취해져야 할 표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현장소장 출신 전문가는 해체 과정에서 주요 구조물을 절단할 경우 즉시 그 부분을 다리 아래로 내리거나 낙하하지 않도록 지지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사진에는 절단된 상태로 방치된 구조물이 보이고 있어 표준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붕괴 위험이 감지되었을 때 가장 먼저 주변을 통제하고 추가 붕괴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사람이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며, 안전진단 작업 이전에 필수적인 예방 조치들이 생략되었음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의 한 교수는 60년이 경과한 상판과 거더(대들보 역할을 하는 자재)의 구조적 약화가 근본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는 노후화된 구조물 위에 점검 작업자가 올라가고, 아래에서 열차가 운행하면서 발생하는 진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붕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 것은 안전진단 작업자를 위한 매뉴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사전 보강 방법, 드론이나 카메라를 활용한 원격 점검 가능성, 붕괴 시뮬레이션 방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 작업자들이 표준화된 안전 절차 없이 임의로 판단하여 작업할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제도적 차원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축물의 경우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해체계획서 작성과 감리 제도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토목 구조물의 경우 이러한 제도가 전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서울역과 용산역을 오가는 핵심 철도 구간 위에 위치하고 있어, 해체 작업은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오전 1시 30분부터 오전 4시까지 약 3시간 동안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간 제약으로 인해 구조물을 절단한 후 완전히 철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시 보강만 하고 철수한 후, 다음 작업일에 다시 철거를 이어가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방식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토목 구조물의 해체에 대한 안전 기준과 감리 제도를 마련하여 안전한 해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