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가총액 500조원 돌파…24년 만의 이정표
국내 상장 ETF의 시가총액이 27일 506조원을 넘어 역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했다. 2002년 도입 이후 24년 만의 기록으로, 최근 42일 만에 100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가계의 자산배분이 예금·부동산 중심에서 ETF·연금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반영한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이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1천132개의 시가총액 합계가 506조1천140억원에 도달했다. 2002년 10월 유가증권시장에 ETF가 처음 도입된 지 24년 만에 500조원이라는 거대한 자산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한국 가계의 재테크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ETF 시가총액의 성장 속도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40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42일 만에 100조원이 추가되면서 500조원을 넘었다. 더 주목할 점은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상승세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은 이후 2025년 6월 200조원, 올해 1월 5일 300조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297조원에서 약 5개월 만에 200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은 코스피 지수의 회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코스피가 6천선을 회복한 지난달 15일 ETF 시총이 400조원을 넘었고, 최근 코스피가 8천400선 안팎에 이르면서 ETF 시총도 500조원 대를 진입했다.
ETF의 실제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순자산도 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기준 ETF 총 순자산은 491조589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당시 시총은 494조4천30억원이었다. 순자산은 지난 2월 27일 387조6천42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3월 이란 전쟁 우려로 주춤했고, 지난달 말에는 360조원까지 감소했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대감에 따라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해 4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ETF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일종목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 16종이 새로 상장되면서 500조원 돌파를 앞당겼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조9천243억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1조3천3억원의 시총을 기록했으며, 이들 16종 상품의 합계 시총은 5조1천622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업종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함을 보여준다. ETF 상품의 다변화도 눈에 띈다. 미국 우량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단기 채권, 고배당주 등 다양한 자산 기반의 ETF가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커버드콜 ETF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ETF가 국내 재테크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ETF는 주식처럼 편하게 매매할 수 있으면서도 개별 종목 주가가 아닌 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이 강해 안정성 면에서 주식보다 유리하다. 또한 공모 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 등 비용이 저렴해 2019년 코로나 이후 빠르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한국 가계의 자산배분이 예금과 부동산 중심에서 ETF와 연금 중심의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ETF는 현재 머니무브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히 투자 상품의 인기도 변화를 넘어 한국 가계의 자산관리 문화와 금융시장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